범야권이 ‘제2의 촛불’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정국 주도를 꾀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 ‘촛불’을 통해 반(反)이명박 정권 정서를 결집시켰던 것처럼 이번엔 한미 FTA를 고리로 야당,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일반 시민, 학생들을 ‘제2의 촛불’로 규합해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일부 야권 인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공연히 ‘촛불’이라는 표현으로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SNS에는 ‘Again 2008’이라는 문구가 퍼지면서 “‘제2의 촛불 시위’를 만들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과 장외 한미 FTA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5일 오후 7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각 당 지도부가 대부분 참석하는 이날 집회는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한미 FTA 반대 집회로는 가장 큰 규모인 5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당 이 대표는 트위터에서 “여의도 촛불 행사(3일)에 이어 다음 촛불은 5일 토요일 7시 서울광장입니다. (한미 FTA 반대 자료인) ‘국회를 점령하라’ 보시고 오세요”라며 행사를 ‘촛불 집회’로 규정하고 자신의 팔로어(10만7600여 명)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까지 알렸다.
범국본이 3일에 이어 4일에도 연 여의도 ‘한미 FTA 저지 촛불문화제’에는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고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등도 참여했다. 3일 행사에서 자신의 직업을 배우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국회, 청와대를 점령하러 가자. 저는 연행도 각오하고 나왔다”고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SNS상에서는 ‘촛불문화제’ 관련 글이 퍼나르기(리트윗)되면서 한미 FTA 반대론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누리꾼 K 씨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촛불 문화제를 인터넷 TV로 보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참여했네요. 촛불 들고 있는 열 살 남짓 아이를 보니 울컥하네요”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트위터를 통해 각종 촛불 문화제 참석 후기에 ‘강추’(강력 추천)라는 댓글을 달아 퍼나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강추를 단 후기에서 한 고교생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옳고 그른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고, 한 대학생은 “집회에 나가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몸을 사릴 때가 아니다. 나와 우리 후손의 미래가 달린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이 트위터에 반박 글을 띄우는 것 빼고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 홍준표 대표는 4일 트위터에서 “SNS 공간의 잘못된 정보가 마치 사실인 양 인식되어 널리 퍼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라며 한미 FTA 반대론자들을 비판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팔로어는 1900여 명이 전부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미 FTA 반대 괴담을 반박하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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