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상흑자 규모 줄어 무역 불균형 해소 기대

■ 중국이 위안화 절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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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단연 환율 문제에 대한 언급이다.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는 시장 펀더멘털에 기반해 환율의 유연성을 더 강화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을 겨냥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 수준의 갈등을 겪은 것도 위안화 절상 문제 때문이었다. 프랑스 칸에서 공동선언문 작성에 참여한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공동선언문 작성 과정에서 이 문제를 놓고 굉장히 오랜 시간을 끌었다”며 “위안화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 문제에서 한발 양보한 것은 경상수지 흑자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명분을 쌓음으로써 세계 경제패권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긴 안목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다른 나라 제품의 중국 내 판매가격은 싸진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수출이 줄고 수입은 늘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경상수지는 3053억 달러(국내총생산·GDP 대비 5.19%) 흑자를 보인 반면 미국은 4709억 달러(GDP 대비 ―3.1%) 적자를 기록했다.

미 상원은 10월 중국을 겨냥해 환율을 조작할 경우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환율개혁 법안을 통과시켰고 최근까지도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너무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초 10월 중 내놓을 예정이던 환율보고서 발표를 11월 이후로 미루면서 환율전쟁 해빙 무드가 조성됐다. G20이 위안화 절상을 지적한 만큼 미중 간 환율전쟁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커졌다.

한편 G20은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질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중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 등 재정 여력이 있는 나라가 각자 수준에 맞는 내수진작책을 펼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거론되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가 당장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지출하거나 기준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는 관측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자발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만큼 우리가 당장 행동에 나설 건 별로 없다”며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