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주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폭락장에서 60만 원대까지 떨어지며 애플 구글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흐름에서 밀려나는 듯했던 삼성전자는 불과 두 달여 만에 40% 이상 급등해 주가 100만 원 시대를 다시 여는 데 성공했다. 반면 ‘스마트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LG전자는 갑작스러운 1조 원 대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가마저 곤두박질치는 등 악재가 중첩되는 양상이다.
○ 위기 강한 삼성, 100만 원 시대 열어
4일 코스피가 그리스의 국민투표 철회라는 호재에 힘입어 58.45포인트(3.13%) 급등한 1,928.41로 마감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93% 상승한 100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 원을 넘어선 것은 1월 28일(101만 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 회사 주가는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던 8월 19일 연중 최저치인 67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안정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100만 원 시대’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실적이 탄탄하다. 삼성전자는 선진국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속에서도 휴대전화, TV 등 완제품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간 안정적 수익창출 구조를 토대로 높은 실적을 쌓아왔다. 3분기 매출 41조2700억 원, 영업이익 4조2500억 원으로 깜짝 실적을 내놓으며 위기에 강한 면모도 과시했다. 특히 갤럭시S 시리즈의 글로벌 히트에 힘입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려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평균 114만2800원이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영업이익률 16.8%는 세계 메모리업체 가운데 독보적인 실적이며 스마트폰에서도 글로벌 1위 업체로 부상했다”며 “내년에도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과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유상증자까지 나선 LG전자
반면 스마트대전에서 고전하며 실적 우려가 커졌던 LG전자는 갑작스러운 유상증자까지 더해 향후 주가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현재 LG전자의 1조 원대 ‘깜짝’ 유상증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평가는 비판 일색이다. LG전자는 전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621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3일 LG전자의 주가는 13.7% 곤두박질쳤다. 4일에는 0.81% 하락에 그친 6만1100원으로 마감했지만 향후 주가 방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LG전자 측은 증자 목적이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재원 확보라고 설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대응한 선제적 자금 확보 △LG디스플레이 등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대비한 현금 마련 △LG전자 신사업 진출이나 인수합병(M&A) 준비 등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LG전자는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20%를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80%를 지분에 따라 LG를 포함한 기존 주주에게 나눌 예정이다.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 3700억 원까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LG전자의 유동성 리스크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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