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긴축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 주요 중앙은행들이 나타내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리 인하는 주식시장에 호재라는 것이 통설이지만 경험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국면에서 주가가 떨어지는 때가 많았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국면에서는 대체로 주가가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대한 증시의 반응이 좋은 예다. 한국은행은 작년 7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올해 6월까지 총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2%에서 3.25%로 높아지는 와중에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우려가 무성했지만 이 기간 코스피는 20% 넘게 올랐다.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증시에 악재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들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품게 한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단지 비용 측면에서만 존재한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용 상승에 의해 일시적으로 물가가 오르더라도 높아진 가격에 소비를 하려는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물가는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일시적인 ‘물가 불안’이지,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의 확산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경제주체들의 구매력이 뒷받침돼야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증시의 강세장에서도 대체로 물가와 금리, 주가는 동행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경기가 좋으니까 물가가 상승했고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이 증시에 호재는 아니었지만 주가는 높아진 금리보다는 경기 호조에 더 민감히 반응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중앙은행의 정책은 인플레이션 방지보다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예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주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약화되는 시점에서 고점을 형성하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는 시점에서 바닥을 통과한다. 증시는 금리보다는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직 글로벌 증시는 약세 국면에 있는 걸로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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