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8월 주식시장 폭락의 여파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浮動)자금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전반에 걸친 불안감이 급격히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현금 확보 움직임이 가속화된 탓이다. 은행권의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인 데다 부동산시장 침체도 길어지고 있어 뭉칫돈이 떠도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저축성예금(MMDA),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합한 단기자금 규모는 8월 말 현재 542조70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증권사 투자자예탁금까지 더하면 단기자금 규모는 643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올해 정부 예산(309조567억 원)의 2배 규모다.
갈 곳을 모르는 단기자금은 2007년 말 501조 원에서 2008년 말 544조 원, 2009년 말 639조 원, 지난해 말 659조 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증시가 동일본 대지진 여파 등에도 불구하고 상승 추세를 보이자 소폭 감소세로 돌아서 7월에는 630조 원대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8월 증시 폭락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증권사에 맡겨놓은 투자자예탁금은 8월 19조3000억 원에서 9월 18조7000억 원으로 줄었다. 1,600 선까지 폭락했던 코스피가 이후 1,900 선을 빠르게 회복했지만 투자심리 경색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부동자금으로 꼽히는 MMF 규모는 10월 말 기준 전월 대비 10조7000억 원 증가한 67조 원이 돼 한 달 유입 규모로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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