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직접 진두지휘한 윤활기유 사업이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2008년 최 회장이 인도네시아 정·재계 인사들을 직접 만나면서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윤활유의 글로벌 영토를 유럽으로까지 넓힌 것이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렙솔과 손잡고 친환경적이고 연료소비효율이 높은 ‘그룹 3’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최 회장은 4일 안토니오 브루파우 니우보 렙솔 회장을 만나 윤활기유 사업을 포함해 석유 개발과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SK는 남미 페루에서 LNG 공장을 운영하고 생산광구에 참여하는 등 자원 개발에 노하우가 있고, 렙솔도 남미의 자원 개발에 역점을 두는 만큼 서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SK가 손잡은 렙솔은 연간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대에 이르는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이다. 이번 협력으로 렙솔은 윤활기유의 원재료와 인프라를 제공하고, SK루브리컨츠는 기술과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를 제공하게 된다고 SK는 설명했다.
SK루브리컨츠가 참여하는 렙솔과의 합작공장은 하루 1만20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스페인 남동부 해안 카르타헤나에 2014년 완공할 예정이다. SK그룹은 “그룹 3 윤활기유 수요의 40%가 유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페인 합작공장은 SK의 시장점유율을 한 단계 높이는 도약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의 윤활기유 사업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크게 성장했다. SK는 1995년과 2004년 울산에 그룹 3 윤활기유 공장을 짓고 사업을 벌였으나 원재료가 부족해 곤경에 처했다. 하지만 최 회장이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제안해 2008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세우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SK의 윤활유 사업 매출은 2001년 3418억 원에서 지난해 2조34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10년 만에 6배로 늘어난 것이다.
최 회장의 윤활유 사업에 대한 욕심은 SK루브리컨츠의 분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2009년 10월 SK에너지에서 윤활유 사업을 전담하는 SK루브리컨츠를 분사시켜 급변하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SK루브리컨츠는 분사 이후 매 분기마다 경영성과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10% 늘어난 6729억 원, 영업이익은 49% 늘어난 1305억 원을 기록했다. 분기 사상 역대 최대 실적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난달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하는 CEO 세미나에서 다양한 협력 방식의 글로벌 성장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첫 글로벌 성과가 윤활유 사업에서 나왔을 만큼 윤활기유 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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