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 2040 남자의 눈물을 팝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최근 4년 창업 30만개 조사

외환위기 직후 ‘사오정’(45세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직장 다니면 도둑)란 말이 유행하면서 동네 골목길에 통닭집과 분식집이 늘었다. 직장을 잃은 봉급생활자가 너도나도 음식점 창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통닭집 차리기도 어려워졌다. 치킨과 떡볶이마저 프랜차이즈 사업이 되면서 가맹비로 낼 목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당경쟁으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요즘 사오정과 오륙도가 대안으로 찾는 창업이 인터넷 쇼핑몰이다.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고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린 뒤 인터넷 광고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사업 모델이다. 1990년대 말에 등장한 인터넷 쇼핑몰은 그동안 액세서리 등을 파는 20대 여성들의 부업이었다.

국내 1위 호스팅 업체 심플렉스인터넷이 2008년부터 4년 동안 신규 인터넷쇼핑몰 약 30만 개의 창업자 성별과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에 처음으로 남성 창업자의 수가 여성을 앞질렀다. 연령대도 20대 중심에서 올해 3분기(7∼9월)에 처음으로 30대 창업자가 20대 창업자의 수를 넘어섰다. 40대 이상의 인터넷 쇼핑몰 창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남성 가장(家長)들이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뜻한다. 인터넷 쇼핑몰이 부업이 아니라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본격적인 자영업으로 변한 것이다. 게다가 30대 창업 증가는 20대에 취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들이 대안으로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직한 40대와 50대, 취업에 실패한 20대와 30대가 인터넷 쇼핑몰을 찾는 것이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은 올해 전체 유통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12.1%)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쇼핑몰의 1년 생존 가능성이 10분의 1도 채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전자결제 대행업체 이니시스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 10곳 가운데 9곳이 6개월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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