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개 증권회사 임직원 3000여 명의 금융거래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 임직원이 불법으로 증권거래계좌를 보유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국가기관인 감사원이 개인금융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7일 감사원이 감사업무 수행에 필요하다며 금감원에 시중 증권사 임직원에 대한 ‘금융거래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요청에 따라 금감원은 삼성 미래에셋 한국투자 등 10개 증권사 임원과 리서치, 영업, 자산운용 담당 직원, 준법감시인 등 3000여 명 가운데 상당수로부터 동의서를 받았다. 금감원은 올해 증권사 검사 과정에서 증권계좌 보유 현황을 이미 확인해둔 상태여서 금융거래정보 제공에 대한 증권사 임직원의 동의서가 모두 확보되는 대로 감사원에 보내줄 예정이다. 김건섭 금감원 부원장보는 “개인금융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감사원에 넘겨줬는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감사원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정부가 출자한 정책금융기관 계열사가 아닌 민간 증권회사에까지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한 것은 월권행위가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감사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민간 증권사에까지 ‘금융거래 정보제공동의서’를 요구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도 감사원 감사를 받는 상황이어서 다소 조심스럽지만 감사원이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내부자 거래 등을 막기 위해 증권회사 임직원들은 증권회사 계좌 1개로만 거래를 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지만 이를 어기는 사례가 많아 금감원이 철저히 지도, 감독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감사원은 9, 10월 산은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대우증권과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IBK투자증권 등 금융공기업 자회사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불법으로 여러 개의 계좌를 보유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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