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나라 한국 SW 세계전파 도움줄 것”… 구글 에릭 슈밋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그동안 구글은 우리를 놀라게 했고, 우리는 구글을 놀라게 했다. 많은 게 변했다.

구글은 4년 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선보이면서 당시 스마트폰 시장 1위였던 애플을 올해 시장점유율에서 추월했다. 그리고 한국의 삼성전자도 구글의 안드로이드 파트너가 되면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2007년 5월, 구글코리아가 처음 문을 연 지 겨우 4년 만의 일이다.

에릭 슈밋 회장은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100년 전만 해도 서울은 주위에 벽을 둘러 외부와의 교류를 통제했던 도시라고 들었다. 그랬던 나라가 단 100년 만에 모든 벽을 무너뜨리고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기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한국에 대한 감탄과 칭찬을 쏟아냈다.

○ 왜 한국을 극찬하는가


슈밋 회장은 “‘역사를 살고 있는 사람은 그것이 역사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인이 딱 그렇다”라면서 “오늘날은 ‘인터넷의 시대’인데, 한국인은 미국의 우리가 절대 누릴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역에 홈플러스가 설치한 가상 매장을 예로 들었다. 이는 지하철역 기둥에 제품 사진을 붙여놓은 뒤 사진 속 제품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해당 제품을 집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슈밋 회장은 “한국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도 없을 서비스”라며 “이런 식으로 한국인이 만들어낼 소프트웨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도움의 방법은 투자다. 기숙사에서 출발한 벤처기업 구글은 최근 유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받기 힘든 한국의 작은 벤처기업에도 투자를 하고, 이들에게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소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도록 한국에서 개발된 안드로이드 앱(응용프로그램)을 소개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구글은 뛰어난 앱을 늘릴 수 있고, 해당 기업이 성공하면 투자이익도 얻게 된다. 한국의 개발자와 구글이 ‘윈윈’하는 모델인 셈이다.

○ 스마트폰 경쟁


최근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쟁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슈밋 회장은 최근 출간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전기에서 잡스가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지적한 데 대해선 “나는 애플 이사회에 3년 반 있었고 잡스는 20년 친구라 지금도 슬프다. 책의 내용에 대해 (잡스의) 사후에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그는 “하나만 말하자면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이 나오기 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MS에서 안드로이드가 MS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나 HTC에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MS의 거짓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안드로이드의 성공을 겁내는 MS가 우리의 파트너를 협박하는 전술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슈밋 회장은 “한국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나 한국의 인터넷 관련 규제가 좀 뒤처진 측면이 있으니 자세히 검토해줄 것을 부탁드렸다”며 “나와 구글은 한국의 인터넷 규제가 더 현대적이고 개방적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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