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도시 간 경쟁입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가진 네트워크 노하우를 어떻게 도시에 입히느냐가 그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IT 경영자 중 한 명인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이 8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본사와 서울 KT 광화문사옥을 연결한 화상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두 회사는 KT 사옥에서 이석채 회장, 로버트 로이드 시스코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스마트 스페이스 사업을 맡을 합작회사 ‘kcss(kc smart service)’ 설립에 관한 협약을 맺었다.
시스코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3분의 2를 석권한 회사. 최근에는 캐나다 토론토, 미국 홀리요크 등의 도시에 IT를 접목하고 있다. 두 회사는 앞으로 KT의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기술,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 및 글로벌 유통채널을 합쳐 도시 전역에 IT를 덧입히는 사업에 뛰어든다.
스마트 스페이스는 IT를 이용해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사업이다. 빌딩과 공원, 나아가 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간의 설계 단계부터 IT를 적용해 모바일을 시민들의 삶에 모바일 최적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스마트 스페이스에서는 빌딩의 온도와 조명, 실내 출입, 거리의 가로등 조명, 폐쇄회로(CC)TV 등을 각종 스마트기기로 제어할 수 있다. 주차장에 들어가기 전 빈 공간이 어디인지도 스마트기기로 미리 볼 수 있다. 도시 구석구석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손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다.
KT와 시스코가 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인구 밀집으로 발생하는 범죄, 공해, 교통 등의 문제를 IT로 해결하는 방안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조명이나 빛이 필요한지, 최대의 방범 효과를 얻기 위해 어디에 CCTV를 설치하고 어느 정도 속도로 회전시킬지 등을 중앙에서 집중 관리하는 식이다. 체임버스 회장은 “IT 서비스는 공기나 물과 같은 것으로, 양사가 추진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는 앞으로 필수적인 소비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css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4개국을 초기 타깃으로 정했다. 신흥국가가 많은 만큼 빌딩과 도시 개발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KT가 운영을 총괄하는 이 회사는 본사를 국내에 두고 내년 1월 초기 자본금 3000만 달러 규모로 출범한다. 2014년부터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 누적 매출 2조 원을 기록하는 게 목표다.
두 회사는 또 스마트 스페이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스마트기기로 CCTV를 조작하거나 빌딩 온도 등을 점검할 때 발생하는 상당한 양의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가공하고 활용하려면 클라우드라는 저장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KT는 지난달 설립한 자회사 ‘클라우드웨어’에 시스코의 지분 투자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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