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와인, 한국 4만4000원-독일 2만2196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9일 03시 00분


“한국은 비싼 나라”… 소비자모임 18개국 주요 도시 제품값 비교

8만375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쌀과 스테이크용 쇠고기 등심을 각각 1kg씩 산 뒤 칠레산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한 병을 살 수 있는 비용이다. 서울에선 14만2160원이 든다.

서울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전제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이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비싼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은 8월 11일부터 9월 5일까지 서울을 비롯해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뉴욕 등 세계 18개 나라 주요 도시의 48개 제품 값을 비교한 결과 16개 제품의 국내 가격이 상위 5위 안에 들었다고 8일 밝혔다.

소시모는 과거 조사대상 국가를 중심으로 올해 세계경제순위, 국민총생산(GD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18개 국가를 선정했다. 이후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국가별 국제소비자기구(CI) 회원단체 및 소시모 현지 조사원이 백화점, 대형할인매장, 일반슈퍼마켓 등 3개의 유통매장을 직접 방문해 소비자 가격을 조사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 와인 값 독일의 두 배


소시모에 따르면 조사 결과 수입 제품들의 값이 특히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산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의 국내 유통 가격은 4만4000원으로 2만2196원인 독일보다 두 배가량 비쌌다. 호주산 쇠고기와 하이네켄 맥주 등도 국내 유통 가격이 각각 4만9800원(등심스테이크용 1kg)과 2950원(335mL 1캔)으로 전체 2위와 3위에 올랐다. 남성용 리바이스 501 청바지도 16만8000원으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비쌌다.

특히 칠레 와인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2009년부터 관세가 철폐됐는데도 3만8000원이던 2008년보다 9000원가량 비쌌다. 소시모 측은 “소수 수입상들이 쇠고기나 와인 등을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 인하 요인이 있음에도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비자 가격을 내리기 위해 수입 가격, 유통 가격, 관세 등을 모두 표시하는 등 개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오픈프라이스 허점-복잡한 유통구조


가전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도 다른 나라 도시에 비해 높은 편이다. 조사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소니 등에서 생산한 발광다이오드(LED) TV의 국내 판매 가격은 모두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조사 대상은 삼성전자 ‘D6400’, LG전자 ‘LW5700’, 소니 ‘EX720’ 모델 등이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국내 판매 가격 역시 비싼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넥서스S 16GB’(4위·70만4000원) 모델과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V 16GB’(4위·81만4000원) 모델은 모두 미국에 비해 20만 원가량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시모 측은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허점도 지적했다. 가전제품 유통업체들이 값을 올려 부른 뒤 할인을 하는 정책을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시모 관계자는 “오픈프라이스가 값을 내리는 역할보다는 가격에 거품을 만들어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와 국내산 쇠고기 등은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에 값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옥 소시모 회장은 “판매 가격이 비싼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 상승 원인을 파악해 유통구조를 개선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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