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나게 표현하자만 고용대박이 난 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동향 지표를 보며 이렇게 외쳤다.
이 날 통계청이 내놓은 고용지표는 겉으로 봐선 완벽 그 자체다. 10월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내려간 2.9%로 2002년 11월(2.9%)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다. 사실상 일자리만 원하면 모두가 취업한다는, 경제학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에 가깝다. 취업자수는 전년동월대비 50만 1000 명 늘어 지난해 5월(58만 6000 명)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용지표는 흐름을 보여주는 표본조사이기 때문에 실업률, 취업자수 정도만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세부지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정부가 자랑하는 '고용대박'의 진실을 알 수 있다. 새로 생긴 일자리는 50대 이상에 집중됐고 청년층 실업률은 커졌다. 자영업자는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대신 50대가 일하는 대한민국
10월에 늘어난 일자리 50만 개 중 49만 개는 50~60대 몫으로 돌아갔다. 취업자 수(50만 1000명)을 연령대별로 분석해 보면 50~59세에서 30만 명, 60세 이상은 19만2000명이 늘어났다. 취업 최전선에 나서는 20대 일자리 증가수는 '0'이였고, 30대는 오히려 6만 6000 명 취업자수가 줄었다.
정부는 "베이비붐 인구구조상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베이비붐 세대가 50~60대가 되면서 그에 비례해 취업자가 많아지고, 20~30대는 가족계획 때문에 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일하는 사람도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10월 기준 50대 이상 인구가 65만 2100 명 늘어난 반면, 20~30대는 21만 2700 명 12만 7200 명 감소했다.
하지만 전체 실업률(2.9%)이 전달보다 0.1%포인트 줄어드는 동안 청년 실업률(6.7%)이 0.4%포인트 늘어난 건 이런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비율이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든 것보다 실업자가 덜 감소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실업자간 늘어났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에 50대 실업률은 1.8%, 60대 이상 실업률은 1.7%로 청년층 실업률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자영업자 2년 만에 최고 수준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0월 고용훈풍은 경기적인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50대 이상 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증가한 게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용 사각지대'인 자영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자수는 573만 1000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만 7000 명(1.9%) 늘어나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 1월 528만 명이던 자영업자가 10개월 만에 45만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 취업자수는 1.3%(5만 5000 명) 오히려 줄었다. 회사에서 은퇴한 50~60대가 실업자 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자영업에 나서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고용지표를 개선하는 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지적한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구조로는 유의미한 잠재실업지표 작성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질문 방법만 바꿔도 잠재실업 부분을 훨씬 많이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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