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TV… 커피… 이번엔 휴대전화료에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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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출점경쟁 - 가격경쟁 이어 타업종 골리앗과 경쟁

‘대형마트 3차 대전.’

신규 출점 경쟁과 가격 경쟁에 이어 대형마트 업계에 3차 경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1, 2차가 대형마트 사이에서 벌어진 ‘그들만의 리그’식 경쟁이었다면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반값 TV’와 ‘가격파괴 커피’,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휴대전화’ 등을 내놓으며 다른 업종의 사업자들에게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글로벌 전자업체와 커피전문점, 대형 통신사들이 단단히 다져놓은 영역에 대형마트들이 성공적으로 진입해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쥐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MVNO 휴대전화도 내놓아

이마트는 11일부터 전국 130개 매장에 입점해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 ‘모바일 이마트’에서 MVNO 사업자인 프리텔레콤의 휴대전화를 판다고 9일 밝혔다.

MVNO는 기존 통신사들의 망을 도매가로 빌린 뒤 소비자에게 싼 통신요금으로 서비스하는 통신 사업자다. KT의 망을 사용하는 프리텔레콤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기본요금이 KT를 이용할 때보다 절반가량 싸다. 이마트 관계자는 “MVNO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고 1000대를 한정 수량으로 파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아예 MVNO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마트들은 고객관리나 시스템 구축 등에서는 이동통신업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휴대전화를 살 수 있게 되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에 대형마트가 최대 판매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싸게…더 싸게 대형마트의 자존심 건 경쟁

대형마트가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영역까지 넘보며 가격혁명을 이어가는 이유는 싼값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싼값’은 대형마트의 경쟁력이자 정체성이다.

실제로 대형마트 3사는 2000년대 중반 신규 점포를 쏟아내며 1차 경쟁을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2005년 26개의 점포를 열었고 2006년에는 43개를 새로 냈다. 점포 수 증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제품 값을 내리는 데 한몫했다.

출점이 한계에 부닥치자 대형마트들은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각종 기획상품으로 ‘가격 경쟁’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서로 신문광고를 통해 타사를 비방하는 난타전까지 벌였다. ‘10원 경쟁’이란 말이 나온 ‘2차 경쟁’이었다. 그 사이 영세상인을 죽이며 배를 채운다는 비판도 받았다. 대형마트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른 대형마트였고, 영세상인이나 전통시장 등 외부 상대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했다.

○ 가격 결정 주도권 쥐고 기존 질서 재편

이번 3차 경쟁은 양상이 다르다. 이들의 경쟁 상대는 중소업체나 영세상인이 아닌 대형 제조나 유통, 통신업체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경쟁이 높은 가전제품 값 등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형마트가 잇따라 내놓은 발광다이오드(LED) TV는 9일 소비자시민모임이 소비자가격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다고 지적한 품목 가운데 하나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의 새로운 실험이 기존 유통구조를 바꿔 소비자 후생에 기여할 여지도 있다”며 “중소 납품업체와의 갈등 같은 부작용도 나올 수 있는 만큼 공정거래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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