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실적 ‘짱’ 부부지점장”… 대신증권 박성희-변상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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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각자 비자금 ‘제로’… 최고의 애로”

좀처럼 보기 힘든 증권사 지점장 부부인 대신증권의 박성희 신촌지점장(왼쪽), 변상묵 보라매지점장. 이들은 “서로가 본받을 점이 많은 좋은 동료이자 조력자”라고 치켜세웠다. 대신증권 제공
좀처럼 보기 힘든 증권사 지점장 부부인 대신증권의 박성희 신촌지점장(왼쪽), 변상묵 보라매지점장. 이들은 “서로가 본받을 점이 많은 좋은 동료이자 조력자”라고 치켜세웠다. 대신증권 제공
“이달도 주말마다 비즈니스 골프에 각종 모임이 꽉 찼어요. 증권사 지점장이란 게 앉아서 자리나 지키라고 있는 직책이 아닌 만큼 열심히 사람들 만나고 밖으로 뛰는 게 당연하죠.”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대신증권 신촌지점 지점장실. 박성희 신촌지점장이 책상 뒤편의 화이트보드에 빼곡하게 적힌 일정표를 가리키며 쾌활하게 말하자 퇴근길 이곳을 찾은 같은 회사 보라매지점 변상묵 지점장이 못 말리겠다는 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동료로 봐도 박 지점장은 정말 열성적이에요. 다만, 건강은 좀 챙겨가며 일했으면 싶은데….”

활력 넘치는 여장부 스타일의 박 지점장, 섬세하고 차분한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변 지점장은 같은 증권사의 일선 영업점을 책임지고 있는 오랜 동료이자, 초등학생 두 딸을 둔 결혼 13년차 부부다. ‘영업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사 지점장을 부부가 나란히 맡고 있는 것은 업계에서도 아주 특이한 사례에 속한다. 증권 영업계에 여성 지점장의 존재 자체가 아직은 드문 현실이기 때문이다.

1988년 몇 개월 시차를 두고 엇비슷하게 입사한 두 사람은 사내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1998년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는 당시 대부분의 증권사 여직원들처럼 업무직(텔러)으로 입사했지만 결혼 뒤인 2001년 영업직군으로 옮겼다. 증권업계에 영업우먼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지만 아내는 특유의 성실함과 싹싹함을 십분 발휘해 빠르게 활로를 터나갔다. 매년 최우수 영업사원으로 뽑히며 능력을 인정받았고 2007년 홍제동지점장으로 발탁됐다. 2009년 김포지점장으로 발탁된 남편보다 2년 빠른 승진이었다. 남편은 “아내는 국내 증권업계 영업우먼 1세대”라며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한데도 완벽하게 헤쳐나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내에서 두 사람은 실적 좋은 ‘부부 지점장’으로 유명하다. 아내는 영업환경이 열악해 C등급으로 분류됐던 홍제동지점을 6개월 만에 1등 지점으로 바꿔놓았다. 자리를 옮긴 신촌지점에서도 이전 분기 외부고객 유치 실적 1위를 하며 탁월한 수완을 발휘 중이다. 남편도 적자가 심했던 김포지점, 새로 맡게 된 보라매지점까지 지점장으로 발령받는 곳마다 적자에서 흑자 전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두 지점장은 실적 이야기가 나오자 고객 및 조직 관리 면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자랑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아내는 “불과 700만 원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했던 남편의 한 고객이 지금은 자문사 대표가 돼 30억 원이 넘는 돈을 보라매지점에 맡기고 있다”며 “거래금액이 적다고 고객을 다르게 대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남편은 “일에서부터 자기계발까지 게을리 하는 게 없는 아내의 열정과 성실함이야말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는 비결”이라고 칭찬했다.

두 사람은 평소에도 일터의 고충이나 고민 등을 수시로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지점장 부부이기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때도 많다. 아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밥도 못 먹고 거의 한 달 내내 울면서 지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증권사 직원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부부라 해도 그 고통을 절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고객 자산관리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증권사 지점장 부부의 자산관리는 어떨까. 남편은 “전적으로 아내가 맡고 있다”며 “부부 지점장의 유일한 애로점이라면 비자금을 조성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이라며 웃었다. 아내는 “고객 관리에 소홀해질 위험이 있어서 직접투자는 하지 않고 적립식펀드와 채권, 보험 등에 고루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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