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사진)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여를 강행하기로 했다. 협상 참여에 대한 국내의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 있고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총리 문책을 거론하고 있어 TPP가 정국의 태풍으로 부상했다.
노다 총리가 협상 참여를 강행하는 배경에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TPP 참여를 통해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무역 확대를 기대하는 것이다. 또 한미 FTA로 인해 FTA 협상에서 수출경쟁국인 한국에 밀리고 있는 일본이 TPP를 통해 만회해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TPP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 등 환태평양 연안 9개국이 관세를 원칙적으로 철폐하고 인력과 서비스 시장까지 개방한다는 내용의 광범위한 FTA이다. 일본이 참여할 경우 TPP 협상 국가는 10개국으로 늘어나지만, 사실상 미일 FTA나 마찬가지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이 세계 1위, 일본이 세계 3위여서 TPP 협상 참여 국가의 전체 GDP에서 미일의 비중이 90%에 달한다. 한국 정부는 TPP 가입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다 총리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TPP 협상 참여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009년 민주당 집권 이래 최대의 결단을 내린 셈이지만 TPP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팽팽히 맞서 있다. 교도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 여론이 각각 38.7%와 36.1%다.
반대론자들은 개방 폭과 범위가 넓은 TPP를 섣불리 받아들였다가는 글로벌 경쟁력이 취약한 일본의 농업과 의약업, 금융업 등이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TPP 반대 의원들은 노다 총리가 협상 참여를 강행할 경우 총리 문책 결의안 제출은 물론이고 탈당까지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참의원 전체 국회의원(722명)의 절반에 이르는 356명이 반대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깨지고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껄끄러워진 미국과의 관계 회복도 절실하다. 이에 따라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TPP 참여 요구를 수용해 외교안보동맹을 경제동맹으로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의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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