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아파트 브랜드는 왜-어떻게 만들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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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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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이미지 부각… 1998년 분양가 자율화 후 붐

《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이름을 유명 브랜드로 바꾸기 위해 소송까지 벌였다는 언론보도를 봤습니다. 아파트 이름이 그렇게 중요해진 이유가 뭔가요. 어떤 경우에는 혼란스럽기까지 한 아파트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가요. 》
래미안 퍼스티지
래미안 퍼스티지
요즘에는 웬만하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는 모두 특화된 브랜드를 붙이고 있어 브랜드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브랜드를 붙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불과 10여 년 전입니다. 이전에는 시공사 이름에 아파트를 붙이는 단순한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1999년 삼성중공업이 쉐르빌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아파트 분양에 나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건설업체들은 앞다퉈 브랜드를 개발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허청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건설업 관련 특허등록건수는 2000년 초 연간 1400건에서 2002년 1600건, 2003∼2005년에는 매년 2000건을 웃돌았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아파트 브랜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2007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 건설사 중 주택을 짓는 91개 건설사가 브랜드를 1개 이상씩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입니다.

롯데캐슬 클래식
롯데캐슬 클래식
1999년에 브랜드 아파트가 도입된 것은 1998년부터 시작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조치가 원인이었습니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받아 짓는 아파트와 달리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품질이 고급화된 아파트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후 ‘○○아파트’보다는 브랜드가 달린 아파트가 고급이고, 비싼 아파트라는 인식이 확산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0년대 이후 아파트에 사느냐, 살지 않느냐가 계층의 분화를 가져왔다면 2000년대 이후 현재는 브랜드 아파트에 사느냐, 그렇지 않으냐가 사회적 계층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지은 아파트에서 ‘개명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있는 것입니다.

e편한세상
e편한세상
한편 요즘 들어 아파트 브랜드는 좀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래미안’ ‘자이’ ‘롯데캐슬’ 등과 같은 이름에 꼬리표를 붙이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펫 네임’ 붙이기라고 합니다. 당시에는 동일한 지역에 같은 건설사의 아파트가 모이면서 메인 브랜드에 지역 이름을 앞이나 뒤에 붙이는 식이었습니다. 이후 서울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삼성동 ‘롯데캐슬 킹덤’ 등과 같이 서울 강남지역에서 분양하는 고급 아파트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아파트는 지역 이름에 좀 더 튀는 펫 네임을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런 펫 네임 붙이기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에는 ‘다대 롯데캐슬 블루’ ‘더샵 센텀포레’ ‘쌍용 예가 디오션’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린 펫 네임을 붙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주거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주상복합아파트 등에 따로 브랜드를 적용하기보다는 메인 브랜드에다 각각의 상품의 기능적 특성을 반영해 펫 네임으로 붙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펫 네임도 유행이 있습니다. 한동안은 고급스러운 면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 펫 네임이 인기였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타고 나온 것들이 하이어스, 휴레스트, 트리베라와 같은 것들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단어들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서수원 레이크 푸르지오’,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 등 지역 특성이나 단지 조경의 특징을 살리는 펫 네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가 남발됨으로써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보입니다.

일부 업체는 펫 네임 달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합니다. e편한세상 브랜드로 유명한 대림산업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펫 네임을 붙인 아파트와 그러지 않은 아파트의 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부적으로 별도의 펫 네임 만들기를 막고 있다고 합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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