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등 어디서나 살 수 있는데 휴대전화는 유독 통신사 대리점에서만 사야 했다. 해외여행을 나가면 10만 원 미만의 값싼 휴대전화를 쉽게 살 수 있는데, 한국에선 ‘2년 의무사용’ 등의 약정 없이는 이런 휴대전화를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내년부터 이런 불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5월부터 통신사에 관계없이 휴대전화기를 자유롭게 쓰도록 하는 ‘개방형 단말기 국제 고유식별번호(IMEI) 관리제도’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IMEI란 휴대전화마다 부여되는 고유번호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GSMA)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전자나 모토로라 같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자신들이 만드는 모든 휴대전화에 IMEI 번호를 부여한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과 터키를 제외한 세계 대부분 국가의 통신사들은 분실·도난 신고를 받은 휴대전화의 통화를 차단하는 데 이 고유번호를 활용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과 터키에서는 통신사들이 자신들이 미리 IMEI를 등록해 놓은 휴대전화로만 통화하게 하는 데 이 번호를 활용해 왔다. 내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분실 및 도난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통신사들이 미리 등록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써도 통화가 이뤄지게 된다.
또 지금까지 국내에선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직접 휴대전화를 팔 수 없었다. IMEI 등록 권한을 가진 통신사가 제조업체로부터 휴대전화를 100% 사들인 뒤 이를 소비자에게 되팔아 왔다. 따라서 국내에선 통신사들이 팔지 않는 값싼 해외 휴대전화를 쓸 수도 없었고, 충분히 쓸 만한 중고 휴대전화 시장이 생기지도 못했다.
하지만 내년 5월 이후에는 다양한 휴대전화 유통 경로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에서는 100달러(약 11만3000원) 이하로 판매되는 다양한 디자인의 외국산 휴대전화 전문 시장과 중고 휴대전화 전문 매장이 새로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의 3사 과점 체제로 유지돼 상대적으로 비쌌던 국내 휴대전화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통신사들이 모든 휴대전화의 고유번호를 관리할 때보다 분실·도난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방통위는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 분실 및 도난 신고가 들어온 휴대전화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통신사 공동의 ‘IMEI 통합관리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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