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중국의 ‘테크노밸리’ 중관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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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전자상거래-바가지 상술 탓에 최근 매출 급락 폐업 속출

최근 중국 언론이 다룬 ‘중관춘 휴대전화 시장을 잠입 취재한다’는 제목의 고발기사. 중관춘이 전자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데는 악덕 상술도 큰 몫을 했다. 사진 출처 바이두(百度)
최근 중국 언론이 다룬 ‘중관춘 휴대전화 시장을 잠입 취재한다’는 제목의 고발기사. 중관춘이 전자제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는 데는 악덕 상술도 큰 몫을 했다. 사진 출처 바이두(百度)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판매단지로 명성을 떨쳐온 베이징(北京) 중관춘(中關村)이 몰락하고 있다. ‘계륵이 된 중관춘’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징(新京)보는 14일 중관춘이 전자제품 판매 상권에서 다양한 업태의 일반 상권으로 전환 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중·고급 대형 쇼핑몰 업체인 어우메이후이(歐美회)는 지난해 중관춘 중심부에 매장을 열었다. 흥미롭게도 매장 면적의 42%가 푸드코트(식당가)이고 의류 매장이 36%로 뒤를 이었다. 이 상권의 핵심인 전자제품 매장은 4%로 피부 마사지숍 매장 면적과 같다. 이 쇼핑몰 관계자는 “이런 배치가 가장 적합하다는 게 시장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중관춘은 1988년 중국 국무원이 베이징 신기술산업 개발실험구로 지정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중국의 대표적 전자제품 상권.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중국 최고의 명문대들과 중산층 주거지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입지에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곳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급속히 쇠락하고 있다. 2009년 연중 최대 판촉기간 중 하나인 국경절 황금연휴 판매액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올해 7월 1일에는 중관춘 3대 매장 중의 하나인 타이핑양(太平洋)디지털관이 문을 닫았다. 잘될 때는 하루에 평균 4만 명이 찾던 대표적 매장이었다. 하이룽(海龍), 딩하오(鼎好) 등 인근 주요 매장도 손님이 끊기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을 대표하는 상품인 컴퓨터 부품, 소형 디지털제품 등을 이제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판도 종종 볼 수 있다.

몰락의 1차적 원인은 전자상거래 탓.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전자상거래가 중국에서 확산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가격이 공개되고 제품의 교체주기가 빨라져 이윤폭이 줄어든 것.

중관춘이 자초한 측면도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과 품질을 속이고 애프터서비스도 형편없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바가지를 썼는데 돌려받을 길이 막막하다는 하소연이 중국 인터넷에는 숱하다. 언론들도 중관춘의 악덕 상술을 고발하는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중관춘 상인들은 자구책을 온라인에서 찾고 있다. 중국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를 통해 물건을 파는 중관춘 상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타오바오는 가짜 상품에 대해 강력한 제재 조치로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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