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미래에셋자산운용, 현대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가 풍부한 천연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기 위해 잇따라 현지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인도네시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2억4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구와 석유 가스 산림 등 풍부한 천연자원, 안정된 정치 환경, 삼성 LG 포스코 등 한국 대기업의 잇따른 진출 때문이다.
○ 신한, 3년 만에 해외은행 인수할까
신한은행은 자산 1000억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C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았고, 지분 규모를 둘러싸고 의견을 조율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분 100% 인수를 원하고 있으나 C 은행측이 50% 정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외국은행의 자국은행 인수에 보수적이라 아직 조심스럽다”면서도 “과거보다는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진 상태이며 C 은행 외에 다른 은행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C 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KB국민은행이 2008년 카자흐스탄의 뱅크센터크레디트(BCC)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시중은행의 해외은행 인수가 이뤄진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도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운용사를 인수하기로 하고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역시 공시를 통해 인도네시아 증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9월 초 “저축은행 추가 인수 및 인도네시아 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2월까지 인도네시아 파닌은행과 인수합병(M&A) 협상을 벌이다가 가격 문제로 결국 무산됐지만 다른 은행과 언제든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 왜 인도네시아인가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사실상 인도네시아의 국민기업 대우를 받고 있으며 포스코와 한국타이어의 공장 건설 추진 등 다른 국내 기업의 관련 투자도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현지 고객을 공략해서 돈을 벌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완충지대가 많지 않기 때문인데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현지 한국 기업의 업무만 대행해도 버틸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내수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인도네시아의 예대마진은 국내보다 훨씬 높은 4% 이상이며 순이자마진(NIM)도 6%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구의 60%가 40세 미만일 정도로 소비 여력도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요 신흥국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도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4.6% 늘었으며 지난해 성장률도 6.1%에 이른다.
경제 전문가들도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성장 전망이 밝은 국가로 인도네시아를 꼽는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짐 오닐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은 최근 한국, 인도네시아, 멕시코, 터키 등 4개국을 믹트(MIKT)로 지칭하며 이들 국가가 브릭스와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아예 “브릭스에서 정치 불안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러시아를 빼고 인도네시아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이 교수는 빅스(BIICs), 이코노미스트지는 비시스(BICIs)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세우며 인도네시아가 향후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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