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원두커피’ 대박 뒤에는… 쟈뎅과의 13년 ‘그윽한 상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고전하던 커피전문점 ‘쟈뎅’… 이마트서 판로 터줘 인연

이마트 커피담당 노병간 바이어(왼쪽)와 윤상용 쟈뎅 부사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서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13년간 커피사업에서 협력해온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 콜롬비아산 원두커피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커피담당 노병간 바이어(왼쪽)와 윤상용 쟈뎅 부사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이마트 용산점에서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13년간 커피사업에서 협력해온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 콜롬비아산 원두커피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이마트 제공
원두커피의 품질을 가늠할 때 커피를 볶는 로스팅 시점은 원두의 원산지만큼 중요하다. 고급 커피전문점에서는 로스팅한 지 7일 이내 원두커피만 내놓는다. 그래야 커피 본연의 풍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상당수 커피전문점의 원두는 해외에서 로스팅해 배로 국내에 들여오기 때문에 길게는 로스팅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제품이다.

이마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의 경쟁력은 바로 로스팅에 있다고 커피전문가들은 말한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볶은 지 하루밖에 안 된 원두커피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제품 뒷면에는 원두를 로스팅한 쟈뎅과 이마트의 기업이미지(CI)가 같은 크기로 적혀 있다. 보통 특정 유통업체를 위해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은 CI를 내세우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제품에는 쟈뎅의 CI가 먼저 나오고 ‘1988년 국내 첫 원두커피전문점으로 시작한 커피전문기업’이라는 회사 설명까지 적혀 있다.

○ 쟈뎅과 이마트의 특별한 동행


11일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 본사에서 만난 윤상용 쟈뎅 부사장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호응이 좋은 것만큼 고무적인 것은 쟈뎅이 국내에 처음으로 원두커피를 소개한 기업이라는 점을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쟈뎅은 크라운제과 창업주인 고 윤태현 회장의 아들인 윤영노 회장이 1984년 세운 국내 첫 원두커피전문회사다.

윤 회장은 1988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 커피전문점 쟈뎅을 세우며 본격적인 커피전문점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즈음 커피전문점 사업에 해외 브랜드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연 5억 원 수준이던 매출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기업 생존을 위해 커피믹스 사업에 눈을 돌렸지만 판로가 문제였다. 마침 쟈뎅의 경쟁력을 눈여겨본 이마트가 쟈뎅에 판로를 터줬다. 이마트와의 거래 첫해 쟈뎅이 거둔 매출 2억 원은 회생의 씨앗이 됐다.

두 회사의 특별한 동행은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L·Private Label) 제품으로도 이어졌다. 2006년 대형마트업계 처음으로 선보인 이마트 PL 커피믹스는 쟈뎅으로선 하나의 도전이었다. 쟈뎅에도 이미 커피믹스가 있는 데다 다른 대형마트들의 껄끄러운 시선 때문이었다. 윤 부사장은 “워낙 커피믹스 시장에서 선두업체가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터라 쟈뎅으로서는 더 많은 소비자 접점을 만들기 위해 (이마트 PL 제품 제조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쟈뎅은 현재 이마트에서만 21종에 달하는 다양한 커피 PL 제품을 선보이며 이마트 커피 PL 제품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 연매출 5억 커피전문점에서 500억 커피전문기업으로


브라질 세라도 원두커피는 이마트와 쟈뎅의 두 번째 도전이다. 당장 쟈뎅으로서는 매일매일 이마트 전점에 갓 볶은 원두커피를 공급해야 하는 만큼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었다. 쟈뎅은 5월 지난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억 원을 들여 충남 천안에 국내 최대 규모로 원두커피 생산라인을 갖췄다. 이마트와 10년 넘게 쌓아온 신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쟈뎅은 올 한 해 이마트 원두커피 매출을 비롯해 편의점, 휴게소 맞춤형 음료 사업 등에 힘입어 매출 규모가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당초 3개월간 팔 수 있는 물량으로 원두커피 19t(1만6000개)을 준비했지만 커피전문점보다 최대 80% 싼 가격 때문에 2주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동이 날 것으로 이마트 측은 예상하고 있다. 결국 이마트는 브라질에서 비행기로 커피원두를 공수하기로 했다. 이마트 커피담당 노병간 바이어는 “쟈뎅이 가진 커피 경쟁력과 이마트의 해외 소싱, 유통 노하우를 결합해 내년 상반기(1∼6월) 콜롬비아산 원두를 새롭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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