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예비력 100만kW 이하 가정해 어제 민방위훈련서 합동훈련
홍보 안돼 시민-기업 참여 저조
“솔직히 형광등을 껐다 켠 것 외에는 평소 훈련과 다르단 생각은 안 들었어요.”(삼성전자 서초사옥 근무 직원)
15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전국적으로 실시된 민방위훈련에서는 처음으로 정전사태에 대비한 부처 합동훈련이 실시됐다. 9월 ‘정전 대란’ 때와 같이 전력 예비력이 100만 kW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다. 이를 주관한 지식경제부와 소방방재청은 훈련 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 훈련에는 아파트 등 주택용 건물뿐 아니라 삼성전자, SK이노베이션, 한전, 현대자동차, GS칼텍스, 포스코, LG전자, 우리은행, 삼성생명보험 등 9개 기업과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참여할 것”이라며 “사전에 배포하고 홍보한 대국민 행동요령, TV 방송자막, 대국민 문자메시지 등에 따라 가정과 사무실, 상점, 공장 등이 일제히 각종 전원과 난방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날 대다수의 시민은 정부가 정전 대비 훈련을 실시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회사원 송유경 씨는 “대국민 행동요령이 뭔지 모르겠고 문자메시지나 트위터 공지도 받은 바 없다”며 “회사에 있다 보니 TV도 볼 수 없어 정전 훈련을 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참여도 제한적이었다. 절전 대상 9개 기업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의 전원을 잠시 껐을 뿐 사업장과 공장 등은 정상 가동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본사 건물의 조명을 잠시 차단한 것이 전부였다. 해당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전력 차단 시 조업에 차질이 생기거나 중요 데이터가 날아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단전을 실시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포스코는 이날 쇳물을 녹이는 전기로 2개를 각각 4∼5분씩 순환 단전해 약 6만 kW의 전기를 절약했다. 서부발전은 정전 위기를 가정하고 고열량탄 사용비율을 최대로 높여 약 7만5000kW의 추가 전기를 생산했다. 서울지하철 1호선 시청역은 플랫폼의 조명을 모두 끄고 스크린도어와 엘리베이터 작동을 중단한 채 시민 구조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시민과 기업들의 참여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졌음에도 지경부는 이날 정전 훈련의 결과 대형 발전소 2기에 해당하는 158만 kW의 전기가 절약됐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오늘 훈련의 참여율과 절감효과를 정밀 분석해 미진한 부분에 대해 보완하겠다”며 “전력 당국 간 공조체계와 대국민 예고시스템도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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