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고객 코 베는 금융사의 6가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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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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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호주머니만 터는 대한민국 금융회사의 ‘불편한 진실’

“은행의 최대 먹잇감은 누구일까?”

언뜻 떠오르는 게 없는가. 바로 작은 돈에 바들바들 떠는 서민이다. 물론 은행과 거래하면서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당신에게 친절하다면 좋은 먹잇감이라는 뜻이고, 불친절하다면 더는 빼앗아먹을 게 없다는 의미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은행의 진실이다.

<01> 금융회사의 ‘비밀의 문’ 금리

금리부터 살펴보자. 금융회사의 가장 기본 업무는 대출과 예금이다. 경제생활의 기본이 수요와 공급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는 도대체 대출과 예금 금리를 어떻게 정할까. 금융회사가 만든 ‘비밀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은행을 단순화해 설명해보자.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를 구성하는 방식을 가장 쉽게 표현하면 ‘원가±알파(α)’다. 대출 금리는 원가에 마진(은행 이익)을 더해 정하고, 예금은 원가에서 은행 이윤을 뺀 뒤 금리를 적용한다. 원가가 4%면 대출 금리는 4.5%(은행 수익은 0.5%포인트), 예금 금리는 3.7%(은행 수익 0.3%포인트)가 되는 식이다.

단순히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산정 공식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해서야 금융회사가 돈을 벌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다음이다. 일종의 2차 방정식이 만들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말 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예금 금리)는 2.68%포인트였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말에는 2.85%포인트로 뛰고, 올해 들어서는 3%포인트대를 넘어섰다. 금융회사가 버는 천문학적 이익은 바로 여기에서 생긴다.

특히 대출 금리는 원가가 얼마인지 모른다.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는 최고의 ‘영업 기밀’이다. 어떤 업종에서도 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앞세워 금융회사는 대출과 예금 금리 산정 기준을 밝히지 않는다. 예금 금리의 불투명성은 더 크다. 은행은 시장금리 상황을 감안해 예금 기준금리를 정하지만 자세한 선정 기준은 역시 공개하지 않는다.

보험사의 예금 금리 개념인 저축·연금보험 공시이율도 기준금리(시장금리)와 따로 논다. 보험사의 공시이율은 은행으로 치면 정기예금 금리와 같은 개념이다. 고객이 저축성보험이나 연금보험으로 맡긴 돈에 얼마의 이자를 붙여주겠다는 의미다. 이 공시이율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는 별개다. 담합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을 잡아내고 주요 대형 보험사에 과징금을 물렸다.

자동차 할부 금리도 납득하기 힘들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1등급(나이스 기준)인 사람이 36개월 할부로 중고차를 사면 최대 연 20%대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20%대 중후반까지 금리가 뛴다. 딜러에게 주는 리베이트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딜러는 차 구매 고객이 할부를 원하면 캐피털사 등을 소개해주고 그 대가로 소개비를 받는다. 물론 캐피털사는 이 비용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떠넘긴다.

<02> 금융회사의 두 얼굴

PB센터에서는 최고급 소파에 앉아 별도의 창구에서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PB센터에서는 최고급 소파에 앉아 별도의 창구에서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가 높은 금리를 주겠다고 하면 먼저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 무조건 높은 금리를 주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다. 금융의 기본 공식 중 하나는 ‘위험=이자’다. 즉 이자를 많이 주는 곳은 위험이 더 크다는 말이다. 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저축은행의 고금리에 홀렸던 고객은 갑작스러운 영업정지에 수년간 모은 돈을 떼이게 됐다. 저축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가 특히 그렇다. 연 8~9%의 금리를 준다는 말에 한때 저축은행 후순위채는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고금리의 대가는 혹독했다.

얘기를 좀 더 진전시켜 보자. 올해로 직장생활 20년을 넘긴 A씨. 그는 3월 3000만 원짜리 마이너스통장의 만기를 연장하려다 달라진 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전까지 연 9%였는데 앞으로 연 10.54%를 내야 한다는 것. 은행은 시장 상황이 변했고 당초 캠페인성으로 대출 고객을 유치했던 탓에 금리를 싸게 책정한 것이라 했다. 지금까지 연체 없이 은행에 이자를 납부해온 A씨로서는 돈은 돈대로 내고 이자는 더 올랐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은행은 이렇게 충성을 다하는 고객을 냉정하게 배신한다.

프라이빗뱅킹(PB) 고객을 보면 기존 일반 고객은 더 분통이 터진다. 은행 PB센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고객만 상대한다. PB센터에서는 최고급 소파에 앉아 별도로 마련해놓은 창구에서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영업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환전과 입출금이 가능하다. 물론 일반 고객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사실 은행은 PB 쪽에서 수익을 못 낸다. 이들이 예금하면 각종 우대금리를 얹어줘야 하는 반면, 대출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우는 거꾸로다.

이와 같은 일은 아파트 집단대출에서도 벌어진다. 은행이 대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파트 집단대출이다. 집단대출은 단지별로 하기 때문에 보통 대출 규모가 수백억 원에 달한다. 그래서 은행은 과당경쟁이나 역마진도 불사한다. 역마진 부분은 다른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한 곳에서 손해를 봤으면 다른 곳에서 이를 보전하는 게 금융의 속성이다. 결코 혼자 손실을 떠안지 않는다.

전 국민이 하나씩은 보유한 펀드상품에서도 금융회사의 양면을 볼 수 있다. ‘묻지마 펀드 열풍’이 불 때 펀드판매사는 “신흥 국가에 투자하는 상품은 100% 가까운 꿈의 수익률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고객을 유혹했다. 하지만 신기루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펀드에 취한 대한민국 국민을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금융회사가 감언이설로 고객을 대했던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펀드를 팔면서 얻는 수수료에 취해 2배, 3배까지 수익을 낼 수 있는 듯이 말했던 것이다.

<03> 마이너스 통장? 공짜는 없다

영업정지가 발표되자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영업정지가 발표되자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한꺼번에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금융에 공짜는 없다. 직장인이 애용하는 마이너스통장만 봐도 그렇다. 마이너스통장은 분명히 마이너스예금, 즉 대출이다. 그것도 고금리 대출이다. 심지어 대형 시중 은행과 20년 넘게 거래하고 연체 한 번 없었는데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가 연 12%라는 사실을 안 한 50대 고객은 기겁했다. 하지만 일반 서민은 대부분 이를 그냥 넘어간다. 개개인에게는 적은 돈일지 모르지만 은행에는 알토란같은 수익 밑천이다.

은행이 마이너스통장에 깔아놓은 아주 중요한 덫이 하나 있다. 고객은 마이너스통장의 이자가 빠져나가는 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그대로 그 덫에 걸린다. 한도를 거의 채운 고객은 이자로 낼 여윳돈을 통장에 미리 넣어두지 않으면 꼼짝없이 연체이자를 물어야 한다. 연체이자는 마이너스통장의 금리인 9.5%보다 훨씬 높은 16~19%에 이른다. 거의 사채이자 수준이다.

금융회사와 거래할 때 연체는 신용등급과 직결된다. 은행은 고객의 개인정보, 금융기관과의 거래 상황 등을 모두 신용 상태로 평가해 대출을 결정한다. 개인신용정보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사람과 가장 낮은 사람의 이자율 차이가 3배 이상이다. 2010년 6월 기준으로 은행과 저축은행 등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대출 현황 통계를 바탕으로 등급별 평균 이자율을 산정한 결과를 보면 1등급은 6.7%였지만 10등급은 21.9%였다. 1등급과 10등급의 이자율 차이가 15.2%포인트에 달한다.

<04> 보험의 유혹

한국은퇴자협회가 은퇴자를 대상으로 장노년보험의 과장광고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은퇴자협회가 은퇴자를 대상으로 장노년보험의 과장광고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누구나 보험 한두 개 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발생할지 모를 사고 때문이다. 그런데 보험은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보험은 한 번 가입하면 오래 갖고 있을수록 무조건 이득이라는 논리, 다시 말해 보험금의 납부 횟수가 많을수록 환급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 가입 기간이 길면 환급률이 높아지는 게 통상적이지만, 암 특약 등 순수 보장성 특약에 따라 환급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TV에 나오는 보험광고를 본 적 있는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가입하라며 한참을 잘도 설명하다가 갑자기 부대조건 부분은 쏜살같은 속도로 읽어 내려간다. 약관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보험사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할 것 없이 이른바 책임 개시일로부터 90일 동안은 암 치료와 관련된 비용을 보장하지 않는다.

입원의 함정도 있다. 먼저 ‘지급한도일’이란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통상 보험상품은 사고 1건당 120일이나 기껏해야 180일로 보호 날짜를 제한한 경우가 많다. A보험사가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내세우는 실버보험은 최고 80세 후반까지 사망 보험금 1000만 원을 준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상품을 자세히 뜯어보면 작고 흐릿한 글씨로 ‘가입 후 만 2년 이내 사망 시는 원금’이라는 말을 적어놓았다. 2년 이내에 질병으로 사망하면 이자조차 없이 원금만 준다는 부대조건이 달린 것이다.

보험의 문제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자꾸만 오르는 자동차보험료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높은 자동차보험료의 원인은 언론이 줄곧 지적해왔던 보험사의 과다 사업비다. 사업비는 판매수당과 관리비 등 보험계약의 체결 및 관리 같은 보험사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말한다. 손해보험사는 보험료를 산출하려고 매년 예정사업비를 미리 정하지만 실제로 집행하는 사업비는 이보다 많다. 이 초과분이 자동차보험 적자와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05> 묻지마 수수료

수수료도 문제다. 최근 은행이 이체나 출금 수수료를 대폭 내렸지만 여전히 이상한 항목이 많다. 환전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은행은 외화를 팔 때는 비싸게 팔고, 살 때는 싸게 산다. 특히 공항 환율은 고객에게 가장 불리하다. 공항에 설치한 은행 지점의 운영 비용이 많이 들어서인데, 고객은 원가가 어느 정도인지 알 길이 없다.

일반 지점에서 적용하는 수수료율도 그렇다. 은행은 담합이나 한 듯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카드가맹점 수수료율도 그렇다. 동네 가게나 음식점에서 신용카드를 쓰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카드사가 떼 간다. 신용카드를 받기를 꺼리는 업주는 대부분 이 카드가맹점 수수료 때문이다. 얼마 전 카드사들은 중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를 일부 낮췄다.

하지만 여전히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은 끊이지 않는다. 너도 나도 나서서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올해 초 1ℓ당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나들자 정유업계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1.5%에서 1%로 낮추면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카드업계를 공격하기도 했다. 보험사도 현행 3%인 수수료율이 높다며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사는 원가 운운하며 이를 거부하지만, 수백 가지에 달하는 수수료 책정 체계 자체가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06> 카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악마

카드도 잘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연회비다. 보통 국내 전용카드의 경우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의 연회비가 나온다. 비자나 마스터 등 해외 겸용 카드는 5000원 정도가 더 붙는 게 보통이다. 카드사는 연회비를 카드 발급과 관리에 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작 금융권의 금리 책정 방식처럼 카드사의 연회비 역시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대외비라며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카드의 함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카드사는 고객의 지갑을 열려고 현란한 방법을 동원한다. 많은 사람이 애용하는 이른바 ‘포인트 선(先)결제제도’만 해도 그렇다. 이 제도는 카드로 물건을 구매할 때 미리 특정 부분만큼 할인받고, 이후 카드 결제 과정에서 쌓이는 포인트로 매달 할인액만큼 갚아나가는 것이다. 보통 자동차를 살 때 포인트 선결제제도를 많이 이용한다.

덫은 바로 여기에 있다. 포인트로 값을 깎은 만큼 일정 기간에 반드시 결제 카드를 사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현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여기까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카드사들은 여기에 또 하나의 덫을 깔아놓았다. 카드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결제 금액을 연체했을 때 전액에 대해 포인트 적립을 거부한다. 하루만 연체해도 해당 달에 사용한 금액을 포인트로 인정하지 않는다.

포인트 선결제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또 있다. 여기에도 이자가 있다. 또한 이 제도에는 최소 이용금액과 약정기간이 있다. 3년 약정으로 50만 원을 할인받았다면 50만 원에 대한 할부수수료(3년 치)를 고객이 내야 한다. 대가 없이 깎아주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할부에 따른 돈을 내야 하는 셈이다. 카드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금리로 따지면 연 5~8% 수준이다.

이제 좀 눈을 떴는가. 금융사는 갖가지 방법으로 고객에게 덫을 쳐놨다. 예금, 대출, 보험, 카드, 펀드 등 모든 분야가 그렇다. 해답은 명확하다. 내가 내 혜택을 스스로 찾고 요구하지 않는 한 금융회사는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 고객도 힘이 있다. 바로 금융사를 갈아 치우는 것이다.

김영필 서울경제 금융부 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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