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론스타에 “외환銀 지분 조건없는 매각” 명령 후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금융위 “징벌적 매각 법적근거 없어”… 野 “론스타 불법특혜 국정조사해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임시회의에서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41.02%를 강제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임시회의에서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41.02%를 강제 매각하라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금융위원회가 18일 론스타에 대해 조건 없는 지분 매각명령을 내림으로써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8년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금융당국이 ‘변양호 신드롬’을 극복하면서 론스타와의 질긴 악연을 끊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왔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까지 남은 것 중 가장 큰 산을 넘었지만 외환은행 가격 재협상을 통해 론스타의 ‘먹튀’ 논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 론스타 5조 챙겨…‘먹튀’ 논란 재연

론스타는 2003년 8월 2조1548억 원을 들여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론스타는 2007년 2월 4168억 원의 배당을 받으면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지분 13.6%를 매각해 1조1928억 원을 거둬들였다. 이후에도 총 7차례 배당을 통해 2조9027억 원을 회수했다. 이것만으로도 투자금액보다 약 7500억 원을 더 가져간 셈이다.

론스타는 7월 하나금융과 지분매각 계약을 연장하면서 매각대금 4조4059억 원에 합의했다. 이대로 매매가 성사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투자로 총 7조3086억 원을 벌게 된다. 순수차익만 5조1538억 원에 이르면서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는 18일 임시회의에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를 판단하지 않았다. 그동안 론스타가 2005년부터 골프장을 거느린 일본의 PGM홀딩스를 소유했기 때문에 산업자본에 해당해 그 후 외환은행 주주로서 한 행위는 무효라는 주장이 나왔었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골프장 사업체 등에 대해 일부를 파악해 최종적인 사실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고 볼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산업자본이었다고 해도 당시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를 먼저 판단한 뒤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 산업자본일 수 있음을 확인했는데도 먼저 매각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의 단순 매각명령에 강력 반발하면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 코앞의 외환은행 인수…경쟁 격화

금융위는 이날 론스타가 법정한도인 6개월 내에 지분을 팔도록 했다. 처분 대상인 2억6500만 주가 증시에 한꺼번에 나오면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어 법정 최장한도를 인정했다. 시간을 번 론스타로선 하나금융과의 가격 재협상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하나금융이 가격을 대폭 낮춰 달라고 요구할 때 다른 인수자를 찾겠다는 카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론스타와 하나금융 양측 모두 이런 ‘벼랑 끝’ 상황까지 치달을 개연성은 낮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새 인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적고, 하나금융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금융위는 하나금융이 지난해 말 론스타와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자회사 편입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새 신청서를 내라고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속내에는 인수가격을 수정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가격을 깎아 인수 승인이 나면 한국 금융산업은 새해부터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9월 말 현재 4대 금융지주의 자산은 우리 372조 원, KB 363조 원, 신한 337조 원 정도다. 외환을 인수한 하나의 자산 규모는 기존 224조 원에서 331조 원으로 껑충 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지금까지는 자산 규모가 300조 원을 넘는 우리, KB, 신한의 3개 금융지주가 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하나의 외환 인수로 4개 금융지주의 자산 규모가 대등해져 소위 ‘빅4’ 간 불꽃 튀는 영업 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임원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상당한 이탈 고객이 발생한다”며 “이탈 고객을 어느 은행이 ‘이삭줍기’ 하느냐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운명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 산은금융지주의 공격적인 소매금융 진출 움직임과 농협금융지주의 탄생도 경쟁을 격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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