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테마주 과잉… 거짓도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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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1960년대 미국 주식시장에는 과자를 만드는 ‘마더스 쿠키(Mother's Cookie)’란 회사가 상장돼 있었다. 엄마가 만든 음식처럼 사랑과 정성이 깃든 과자란 뜻이므로 꽤 괜찮은 회사명이었지만 경영진은 사명 변경을 고민했다. 새로 내세울 이름은 ‘마더스트론스 쿠키트로닉스(Motherstron's Cookietronics)’였다. 당시 회사 이름에 전자를 뜻하는 일렉트로닉스의 뒷글자 ‘트로닉스(tronics)’만 붙으면 주가가 오를 정도로 트로닉스 테마주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 증시에도 많았다. 건설이 테마로 떠오르면 화학업체인 건설화학 주가도 오르는 식이었다.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질 땐 ‘도망주 테마’에 주목하라는 농담이 나돌았다. 주가 폭락 탓에 증권사 직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도망 칠 것이므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우스갯소리였다.

테마주는 증시가 생긴 이래 늘 있어 왔고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다. 일반인에게 증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알려지지 않은 유망 종목을 발굴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효과를 감안해도 요즘 테마주 열풍은 지나친 듯하다. 올 들어 증시에 부각된 테마는 줄잡아 250여 개. 일부 증권사는 고객용 주식거래 시스템에 특정 숫자를 입력하면 200여 개의 테마가 떠오르도록 해놓았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종목은 1900여 개인데 테마 종류만 200∼300개에 이른다면 테마주가 아닌 기업이 드물 정도다.

한국의 테마주 과잉에는 이를 만들고 퍼뜨리는 시스템이 잘 갖춰진 점도 한몫한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다. 과거엔 증권사 보고서나 정보지인 속칭 ‘찌라시’를 통해 테마가 생산되고 유통됐다면 요즘은 인터넷 포털과 증권 관련 사이트가 테마주 띄우기의 중심이 됐다. H증권 옵션 운용자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터넷 포털에 특정 검색어를 집중적으로 입력하면 금세 검색어 상위에 오를 수 있다”며 정보 조작 기술의 진화를 설명했다. 증권업계는 테마주의 난립 조건으로 박스권 장세와 풍부한 유동성을 꼽기도 한다. 넘쳐나는 돈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면 작은 희망(테마)에도 돈이 몰린다는 뜻이다. 11월 들어 단기 부동자금이 650조 원에 육박하고 증시는 해외 악재에 눌려 있다. 테마주 열풍의 최적 조건이 지속된 셈이다.

이은우 경제부 차장
이은우 경제부 차장
투자자들도 테마주 가운데 거짓이 섞여 있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코스닥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수억 원을 날린 한 투자자는 “테마가 거짓이어도 주가가 폭락하기 전에 팔고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고 말했다. 테마주 투자가 사실상 폭탄 돌리기라는 고백이다. 개인들이 폭탄을 돌리고 있을 때 거짓 테마를 만든 세력은 이미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높다. 거짓 테마주가 많다고 해서 인터넷을 없앨 수도, 일일이 수사를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유럽의 전설적 투자자인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농담을 새겨 보면 어떨까. 그는 “국가를 대표하는 우량주에 투자한 다음 약국에 가서 수면제를 사먹고 2년 정도 푹 자라”란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거짓에는 원칙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은우 경제부 차장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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