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박모 씨(63)의 딸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 가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5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국내에 상당한 자산을 보유한 박 씨는 사전증여를 계획하고 있는데 세금 문제가 골칫거리다. A. 최근에는 해외로 유학 갔던 자녀가 국내로 들어와 취업하기보다는 아예 현지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이 많다. 자녀가 외국에서 공부하고 국내에서 부모가 학비나 생활비를 대준다면 자녀도 거주자에 해당하지만 현지에서 직장을 구해 독립적인 생활을 한다면 국내 비거주자에 해당한다. 즉 박 씨 딸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은 국내 거주자였지만 싱가포르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비거주자가 된 것이다.
박 씨처럼 비거주자인 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자녀가 거주자인 때와 비교하면 세금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먼저 거주자라면 국내외의 모든 증여 재산에 대해 과세되지만 비거주자라면 국내에 있는 재산을 증여 받았을 때만 증여세를 낸다. 그리고 성인 자녀에 대한 증여공제 3000만 원은 자녀가 거주자일 때만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증여 받는 사람이 비거주자면 증여공제 3000만 원은 받을 수 없지만 국내 재산을 증여받을 때만 증여세를 내고 해외 재산을 증여 받는다면 원칙적으로 국내에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럼 박 씨가 딸에게 싱가포르에 있는 재산을 증여한다면 어떻게 과세될까.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은 국내에 살고 있는 부모가 싱가포르처럼 증여세가 없는 나라에 사는 자녀에게 해외 재산을 증여하면 증여자인 부모가 국내에 증여세를 대신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나 호주, 뉴질랜드처럼 증여세가 없는 나라의 재산을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국내 거주자인 부모가 국내에서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증여세율이 국내보다 낮은 나라에 살고 있는 자녀에게 해외 재산을 증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는 그 나라 세법에 따라 증여세를 내야 하지만 국내에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결국 증여세가 없는 나라에서 증여하는 것보다 증여세는 있지만 국내보다 낮은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에 사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편이 증여세 차이만큼 절세할 수 있다.
또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때 한 가지 더 유리한 점은 바로 증여세를 부모가 대신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거주자인 자녀에게 10억 원을 증여하면 증여세가 2억790만 원이지만 부모가 대신 내준다면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은 3억2063만 원이나 된다. 1억1273만 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것. 그러나 자녀가 비거주자라면 2억790만 원의 세금을 추가 세금 부담 없이 부모가 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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