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속된 물가 고공행진의 여파로 3분기 저소득층의 엥겔계수가 7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다. 특히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올라 식료품 구입비는 늘었지만 실제로 사먹는 양은 줄어들어 서민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 동향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엥겔계수는 22.8%로 2004년 3분기(24.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엥겔계수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과 음료(주류 제외)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으로 1분위 가구의 소비지출은 122만3200원이었으며 이 중 식료품과 음료 지출은 27만9400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은 지난해보다 5.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식료품과 음료 지출은 7.2% 증가했다. 특히 소비지출 항목 가운데 일반 음식점 외식이나 배달음식, 패스트푸드점에서 쓴 지출인 ‘식사비’(12만3600원)를 합치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실질적인 엥겔계수는 33.0%까지 올라간다. 저소득층 가구는 매달 지출의 3분의 1가량을 식생활에 쓰고 있다는 얘기다. 또 소득 1분위 가구의 월세와 주택유지·수리비용 등 주거비용과 의류에 대한 지출을 포함한 의식주 관련 지출은 61만6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50.3%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도 15.0%에 이르러 2008년 3분기(15.1%)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3분기 소비지출이 244만3600원으로 지난해보다 5.8% 증가했지만 식료품과 음료 지출은 7.0% 늘어난 36만7400원이었다.
반면 고소득층인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엥겔계수는 12.2%로 지난해 12.4%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엥겔계수 ::
독일 경제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먹고 마시는 데 쓰는 돈은 소득 수준이 변해도 거의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점에 착안해 만든 통계용어. 가계의 식·음료품 지출액을 총지출액으로 나눈 비율로 소득이 많으면 이 계수가 낮아지고 소득이 적으면 계수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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