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격이 3주 연속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거의 내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주유소들은 기름값이 오를 때에는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승폭보다 더 가파르게 가격을 올렸었다.
이 때문에 “주유소 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인근 주유소의 기름값을 모니터링하며 사실상 담합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 “사실상 주유소끼리 담합”
21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 사이 정유사의 휘발유 공급가는 L당 1891.02원에서 1903.13원으로 12.11원 올랐다. 정유사의 공급가는 주유소의 재고소진 기간을 감안할 때 보통 일주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주유소 판매가격에 비슷한 수준으로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10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사이 주유소 판매가는 정유사 공급가 상승폭보다 9.28원 많은 21.39원이나 올랐다. 주유소 판매가는 심지어 정유사들이 10월 넷째 주 공급가를 L당 30.75원이나 내린 직후인 이번 달 첫째 주에도 1.10원 오르는 ‘역(逆)주행’ 현상까지 보였다.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판매가의 괴리는 최근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더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10월 셋째 주∼11월 둘째 주 휘발유 공급가격을 L당 70.82원 내렸다. 하지만 이를 반영해야 할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10월 넷째 주∼11월 셋째 주 공급가 하락폭의 8분의 1에도 못 미치는 8.28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 “과도한 정보공개가 문제”…LPG 가격도 인터넷 공개
정유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정부가 오피넷을 통해 전국 개별주유소의 실시간 판매가격을 공개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예전 같으면 정유사의 공급가가 주유소의 판매가격 결정에 가장 중요한 고려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인근 주유소 가격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주유소 업자들이 경쟁업소의 가격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체크할 수 있게 돼 유가 상승기에는 ‘당연히’ 가격을 올리지만 거꾸로 하락기에는 눈치를 보며 기름값을 내리지 않는 ‘사실상의 담합’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부터 시행되는 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의 판매가격 인터넷 공개도 같은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LPG안전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용 LPG 충전소는 앞으로 가격이 변경될 때마다 6시간 이내에 이를 지식경제부에 보고해야 한다. 지경부는 이를 오피넷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LPG 가격도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확인이 가능해진다.
LPG 가격 공개에 대해 정부는 “유통구조를 합리화하고 소비자들이 충전소의 판매가를 비교해 가격이 싼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충전소들은 “LPG 충전소도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경쟁 충전소의 가격을 따라해 전국 평균 판매가만 높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