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인구 8200만 명 가운데 매년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8000만 명(중복 여행자 포함)에 달할 정도로 세계 최대의 관광시장입니다. 이 때문에 독일 관광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매년 한자리에 모이는 ‘독일여행업협회(DRV) 연차총회’는 전 세계 관광업계가 서로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죠. DRV 연차총회는 1999년 태국에서 열린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독일인들이 즐겨 찾는 유럽 지역에서 열려왔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에서 ‘독일 손님’들을 맞게 됐습니다. 독일 관광업계 CEO 500여 명이 참가하는 연차총회를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대구와 서울 등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죠. 국내 관광업계가 DRV 연차총회 유치에 뛰어든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일본, 중국, 동남아 위주의 국내 방한 수요를 유럽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독일을 거점 시장으로 육성해야 하는 만큼 한국과 독일 관광시장의 연결고리가 돼 줄 DRV 총회 유치는 꼭 풀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유치에 나섰던 한국관광공사는 수차례의 실패 끝에 지난해 드디어 DRV 총회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최대 지원군은 바로 독일 출신 이참 사장이었죠. 이 사장은 2009년 취임 이후 업무나 개인적인 이유로 독일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며 한국 알리기에 나섰다고 합니다.
관광공사는 이번 총회를 통해 독일 관광업계 CEO들이 한국의 기(氣), 흥(興), 정(情)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행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미 해외에도 잘 알려진 서울이나 제주 대신 대구와 경주에서 총회 행사 대부분을 열어 한국 곳곳에 숨겨진 관광지를 독일 국민에게 알릴 계획입니다. 독일 국민은 쇼핑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터라 이번에 한국을 찾는 독일 관광업계 CEO 180여 명은 자비를 들여 한국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여행에 나설 것이라고 하는군요.
한국을 찾는 독일인 관광객은 아직 연간 9만 명 수준입니다. 유럽 국가 가운데 영국 다음으로 큰 규모라고 하나 해외여행에 나서는 독일인 가운데 0.1%만 한국을 찾는다는 거죠. 이번 DRV 총회 개최로 두 나라 간 가교가 놓인 만큼 더 많은 독일인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2의 고향으로 한국을 택한 이 사장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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