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혼다자동차 ‘시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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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3일 03시 00분


美 사로잡은 시빅, 새 모델로 한국상륙

일본 혼다자동차의 ‘시빅(Civic)’은 자동차업계에서 단순한 ‘차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빅은 최초 모델이 출시된 1972년 이후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2100만 대 이상 판매된 혼다의 대표 모델이다. 1974년 미국으로 수출길에 오르며 ‘일본차의 미국 공습(invasion)’ 선봉장으로 1980년대 미 대륙의 도로를 일본산 소형차로 뒤덮게 만든 주인공이다. 바이크 회사라는 인상이 강했던 혼다가 완성차업체로 인정받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시빅의 최신형 모델인 9세대가 한국에 출시됐다. 2005년 이후 6년 만의 신형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 출시다. 신형 시빅은 무엇이 달라졌으며 40년의 역사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까.

신형 시빅은 1.8L급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모델과 하이브리드(내연기관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해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높인 친환경차) 두 가지가 출시됐다. 휘발유 모델의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142마력으로 구형과 차이가 없으며 연비는 전보다 9% 향상된 L당 14.5km를 주행한다. 하이브리드는 기존보다 배기량이 0.2L 늘어난 1.5L급 엔진과 리튬이온전지, 출력 17kW의 전기모터를 달았다. 연비는 L당 24.7km.

외관의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차체 비율은 공기역학구조에 중점을 둔 기존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계단식 계기반도 시빅의 특징.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AV 및 공조장치 조작버튼이 몰려 있는 중앙부)는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내부 공간은 앞좌석은 그리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성인 남성 4명이 넉넉히 타기는 어렵다.

시승 구간은 강원 춘천 일대로 충분히 속도를 낼 수 있는 직선구간과 코너링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굽이길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봤다. 엔진회전수(RPM)를 한껏 끌어올려 자그마한 체구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가속능력을 끌어내던 구형보다는 기세가 덜했다. 조금은 얌전해진 느낌이다. 코너링 역시 이전에 비하면 날카로움보다는 편안함 쪽으로 돌아선 인상을 준다. 서스펜션(현가장치)은 고급 부품을 사용해 안락한 승차감을 이끌었다. 자동변속기는 5단. 6단이 대세인 최근 흐름에 뒤쳐진 느낌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운전 모드’를 선택하면 RPM을 2000 이하로 제어해 연비를 높여 준다. 실제 주행 시 연비는 L당 19∼20km 수준으로 좋은 편이었다.

전체적인 주행성능은 큰 부족함이 없다. 간간이 역동성이 돋보였던 이전 모델에 비하면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한 변화가 느껴졌다. 기본형 모델(LX)에 사이드커튼 에어백과 차체자세제어장치(VSA)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100만 원 비싼 고급형(EX)에는 편의·안전사양이 충분하다.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하이브리드는 2개)가 들어간다. 가격은 휘발유 모델이 2690만∼2790만 원. 하이브리드는 3690만 원으로 살인적인 엔고에도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내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새 모델 개발에 걸린 6년이란 시간 동안 경쟁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적 발전을 이뤘다는 점이 혼다의 숙제다.

춘천=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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