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외국기업 상장(上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상하이는 2020년까지 글로벌 금융센터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해외기업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미국의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이미 쟁쟁한 기업들이 물망에 올랐다. 그런가 하면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는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인 넥슨 ‘영입’에 성공했다. 》
일본 증시에서 추정하는 넥슨의 시가총액은 8조7000억∼10조2000억 원으로, 올해 일본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로 이름을 올렸다. 넥슨에 이어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제2, 제3의 국내 유망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증시가 한중일(韓中日) 증시의 국제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글로벌 증시로 떠오른 중화권 증시
중국 증시는 글로벌화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상하이거래소는 외국기업 전용시장인 ‘국제판(國際板)’ 출범을 위한 기본적 준비작업을 마쳤다. 국제판은 중국 정부가 글로벌 500대 기업 등 해외 초우량 기업을 상장하기 위해 새로 만드는 증시다. 글로벌 기업들도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난 중국 소비자들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고 중국 내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을 바로 위안화로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홍콩 증시에는 이미 비슷한 효과를 노린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탄, 이탈리아의 명품업체 프라다 등이 상장돼 있다. 지난해 글로벌 IPO 시장도 홍콩과 중국이 휩쓸었다. 세계 IPO 조달금액 3000억 달러 중 홍콩이 612억 달러로 24%를 차지했다. 중국 본토의 선전거래소가 400억 달러(15.7%)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상하이 국제판까지 출범하면 한국거래소에 장기적으로 큰 위협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넥슨으로 다시 주목받는 일본 증시
증시 침체기 동안 웅크려 왔던 일본 증시도 넥슨을 잡으며 다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넥슨이 한국 증시 대신 일본 도쿄거래소 상장을 선택한 것은 해외 인수합병(M&A)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관계자는 “매출의 70%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며 “내수기업이 아닌 만큼 세계적인 게임회사가 되려면 해외기업을 적극적으로 M&A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게임업체들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일본 증시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대우증권 임기영 사장은 “게임업체를 주류로 인정하지 않는 국내 증시와 달리 일본의 게임업체에 대한 가치평가는 굉장히 높다”면서 “그런 점 때문에 상장 절차가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일본 증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넥슨에 이어 몇몇 소프트웨어 업체도 일본 상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제자리걸음 한국 증시
경쟁국 증시가 앞다퉈 우수 기업들을 유치하는 동안 한국 증시의 글로벌화는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한국 증시에는 코스피 5개, 코스닥 13개 등 총 18개의 외국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 중 16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섬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올 1월 코스피에 상장된 중국
섬유업체 중국고섬은 회계부실이 드기업이 신규 상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거래소는 부랴부랴 글로벌 우량기업이나 국내 기업과 연관된 외국 기업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500대 기업에 대해서는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신속상장제도(패스트패스)’를 도입하는 등 양질의 외국 기업을 유치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자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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