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메리츠화재, 메트라이프생명 등 중소형 금융회사들이 광고모델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내세워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이른바 ‘빅 모델’을 쓸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딱딱하고 보수적인 금융회사의 이미지를 밝고 재미있게 바꾸는 데도 효과적이다. 잠재 고객인 청소년 및 유아에게도 자사 브랜드를 친숙하게 알릴 수 있다.
메리츠화재가 7월부터 선보인 ‘걱정인형’은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지주 산하의 다른 계열사가 “우리도 그 캐릭터를 같이 쓰자”고 사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인형은 중남미 과테말라의 전래동화 캐릭터를 인용해 걱정인형을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인형이 아이들의 고민을 가져가듯 메리츠화재가 고객의 근심도 책임진다는 뜻을 담았다. 메리츠화재는 자사의 영문 이니셜에 맞춰 메리(Merry), 에코(Eco), 라라(Rara), 인디(Indi), 타타(Tata), 찌지리(Ziziri) 등 6가지로 형상화한 12만 개의 인형을 무료 배포했다. “돈을 주고라도 이 인형을 사겠다”는 고객 문의가 잇따르자 9월에는 걱정인형 캐릭터를 활용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휴대전화 벨소리도 내놨다. 걱정인형 앱은 한때 인기 앱 16위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EBS의 3D 애니메이션 ‘오스카의 오아시스’ 주인공을 활용한 TV광고를 제작했다. 이 만화에는 오스카(사막 도마뱀), 포피(여우), 하치(하이에나), 버크(대머리 독수리) 등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토종 애니메이션 회사인 투바엔터테인먼트가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업은행의 핵심고객인 중소기업에 대한 후원의 의미도 크다. KB국민은행이 피겨여왕 김연아와 배우 이승기, 우리은행이 배우 장동건, 외환은행이 배우 하지원 등을 쓰는 것과 대비가 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유명 모델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빅 모델에 가려 정작 회사의 노출 효과도 크지 않은 데다 자칫 그들이 스캔들에 휘말리거나 다른 광고에 겹치기로 출연하면 낭패를 볼 때도 많다”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1985년부터 26년간 미국 유명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스누피’를 캐릭터로 활용해왔다. 메트라이프는 계약서를 비롯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달력, 우산 등 각종 비품에도 스누피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으며 2006년 피너츠 측과 독점 사용계약도 했다.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스누피는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친숙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특히 유용하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마케팅은 이제 산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EBS의 3D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를 자사 마케팅에 이용했고 기아차도 ‘변신로봇 또봇’ 애니메이션에 자사 차량인 쏘울, 스포티지, 포르테를 등장시켰다. 금호타이어도 9월 눈사람 같은 얼굴에 타이어 모양의 귀를 지닌 애니메이션 캐릭터 ‘또로’를 이용한 TV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는 기존 광고보다 주목도가 30∼40% 높게 나왔으며 금호타이어는 ‘또로’를 앞으로 판촉물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쓸 방침이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신뢰와 안정감이 중요한 금융회사는 ‘장수’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며 “아무리 인기 있는 연예인도 4, 5년 이상 인기를 누리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 개발된 캐릭터 하나를 오랫동안 쓰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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