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한국 주식 매도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 관련 ETF는 한국물의 상징이어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의 비중 축소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7일부터 22일까지 4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443억 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일까지 1조306억 원어치를 내다판 데 이어 22일에도 3137억 원 규모를 매도했다.
17일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은 코스피지수를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코덱스200 ETF로 매도 규모는 2104억 원이었다. 외국인이 코스피 관련 ETF를 집중 매도한 것은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코스피 관련 ETF를 팔았다는 건 한국물의 비중을 줄인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외국인들이 연말 회계 결산을 앞두고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이머징마켓의 비중을 줄이며 현금 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의 LG화학에 대한 매도 공세도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17일부터 22일까지 LG화학 주식을 1787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LG화학은 이 기간에 개별 매도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매도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은 종목이었다.
외국인의 집중 매도에 따라 LG화학 주가는 17일 이후 21일까지 9.5% 급락했다. 이 종목은 22일에도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졌으나 개인 등의 매수세 덕분에 1.25% 반등했다. 외국인의 LG화학 매도는 경기 둔화 우려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됐다. 경기 둔화가 우려될 때 경기 민감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나고, 한국의 대표적 경기 민감주가 화학업종이라는 분석이다.
17일부터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86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어 한국타이어(555억 원)와 현대차(547억 원), 현대중공업(540억 원), LG디스플레이(469억 원), S-Oil(437억 원), 현대제철(420억 원), 롯데쇼핑(338억 원) 등 순이었다.
외국인들은 최근 경기 방어주로 꼽히는 내수주를 사들였으나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17일 이후 KT&G 오리온 현대해상 LG생활건강 등을 150억∼300억 원 규모로 각각 순매수했다. 이종우 센터장은 “유동성에 의한 단기 반등장세가 마무리되는 조짐”이며 “당분간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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