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부의장, 野항의 속 “FTA 가결” 선포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의사봉을 두드리자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나라당이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전격 처리하면서 ‘합의 처리’를 강조해온 여야 협상파 의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예산안 강행 처리 후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하지 않고 이를 어길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던 한나라당 내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소속 의원 중 비준안 처리에 찬성한 이들의 향후 거취가 초점이다.
모임 소속 의원 21명 중 황우여 원내대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권영세 진영 이한구 구상찬 김선동 김세연 김장수 윤석용 주광덕 의원 등 11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본회의 직후 이들은 강행 처리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누구도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황 원내대표는 “국민 앞에 좀 더 좋은 모습 보여줘야 했는데…”라며 씁쓸해했다. 김세연 의원은 “의사진행 과정에서 의원들 간 몸싸움은 없었다”고 규정한 뒤 “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느라고 그런(전격 처리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끝까지 노력했고 선진적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그런 것은 나중에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일각에선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을 제외하곤 이렇다 할 물리적 충돌이 없었던 만큼 불출마 결정의 기준인 ‘물리력’ 행사 여부가 분명치 않은 점도 이들의 태도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임 멤버 중 임해규 김성식 김성태 성윤환 정태근 현기환 의원 등 6명은 기권했고 정병국 권영진 홍정욱 의원 등 3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권 의원은 최루탄이 터지는 것을 보고 퇴장했고, 홍 의원은 의원총회 후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지역구가 농촌 지역(강원 홍천-횡성)인 황영철 의원은 반대했다.
비준안 합의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날까지 열흘째 단식 농성을 한 정태근 의원은 본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도 국회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참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동료들과 상의해 추후 말하겠다”고 말한 뒤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모임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지역구가 농촌인 한나라당 김재경 김광림 신성범 여상규 정해걸 의원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도 기권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류근찬 권선택 김낙성 이진삼 임영호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당 안팎 강경파의 비판에도 합의 처리를 주장해 온 민주당 내 협상파 의원들의 처지도 복잡하다. 특히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과 ‘6인 협의체’를 가동하며 물밑 협상을 주도했던 김성곤 의원은 마침 이날 오후 2시 반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내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열어 본의 아니게 한나라당에 강행 처리의 빌미를 줬다는 원망 섞인 말도 듣고 있다.
또 다른 협상파인 김진표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오늘 2시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전화해 시급한 민생법안, 예산안 문제를 먼저 처리한 뒤 비준안 처리 건을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며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도착하는 동안 날치기한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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