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쟁력 우수기업/기고]글로벌 장인, 도편수의 무대를 기대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허경 원장
허경 원장
우리나라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도편수의 긍지〉라는 수필이 있는데 저자 이범선의 고향집을 지은 도편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집을 지은 지 8년쯤 지난 후 마을을 지나던 도편수가 저자의 집을 들러 기둥을 보고는 “그럼 그렇지! 끄떡할 리가 있나” 하고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도편수란 전통 목조건축을 지을 때 전체 계획을 세우고 시공에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지는 우두머리 목수인데 70∼80년 가까이 끄떡 없는 집을 짓는 도편수의 장인정신과 자부심이 놀랍다. 그래서일까? 세종대왕 시절에는 도편수에게 정5품의 벼슬을 하사했다고 하며, 우리 속담에 “도편수는 정승감이어야 한다”는 말도 이와 같은 책임감과 자부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 가운데에는 이처럼 오랜 세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품질을 인정받고 사랑받아 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품질경쟁력 우수기업’ 시상제도는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기업문화를 확산시키려는 정부와 기업 간 노력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번에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을 비롯한 한국기업들의 눈부신 ‘품질경영’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 우리나라도 품질과 기술면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초일류 명품 브랜드에 못지않은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하게 명품이라 내세울 만한 세계적인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로 인해 내수시장 침체 등에 따른 능동적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수출환경의 급변으로 기존의 ‘품질 중심’ 제조역량만으로는 지속적 성장이 불확실한 상황에 이르렀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행된 경제전망보고서는 세계가 새로운 위험 국면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고객가치가 ‘가격’과 ‘품질’ 요소로 형성된 시장구도에 익숙해진 중소기업의 경우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제 고객가치의 개념이 디자인, 희소성 등 고객이 느끼는 다양한 욕구의 총체라는 개념으로 진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비로소 명품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수출주도의 경제구조에서, 품질로 인정받은 우리 기업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샤넬과 스티브 잡스가 그랬듯이 사람들 내면의 욕구를 읽어내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시장이 열광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야 비로소 글로벌 품질경쟁력과 함께 명품 브랜드 파워까지 갖출 수 있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이 명품을 창출하기 위한 품질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벤치마킹 대상 사례와 방법론 제공, ‘슈스케’, ‘나가수’ 방식의 명품 콘테스트 개최 등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품질’의 차원을 뛰어넘어 글로벌 ‘명품’ 창출을 주도할 도편수가 장인정신과 긍지를 가지고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활동의 무대를 만들어주고 소비자가 그 무대를 통해 열광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겠다.

허경 원장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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