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청년창업투자 과감한 지원에 박수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자동차 생산설비 부품업체 A사의 건물 2층은 660m² 규모로 인근 공장 가운데 꽤 넓은 편이지만 2년째 텅 비어 있다. 2억 원 정도를 은행에서 빌려 새 기계설비를 구입해 2층을 채우려 했지만 은행은 보증서를 요구했고 기술보증기금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보증을 거부해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 제조업을 하는 A사는 2001년 사업을 시작해 한때 연간 매출 70억 원에 이르렀지만 수년 전부터 경영이 어려워져 이제는 은행 이자도 갚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A사는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회수하겠다고 나서면 당장 부도를 낼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아직은 그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아 근근이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왜곡된 중소기업 자금지원 시스템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사업성이 없는 기업이 정부 보증과 대출로 연명하는 동안 정작 건실한 창업 초기 기업이나 예비 창업자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뒤틀어진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품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1일 중소기업과 청년창업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내년 초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 발표를 앞두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부산, 대구 , 광주, 충북, 전북의 산업단지와 대학 창업센터를 돌며 중소기업인들과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는 1박 2일간의 투어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첫 번째 일정으로 들른 충북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동아리 소속 대학생과 보육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나도 잘나가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회사를 차렸던 창업 1세대다. 뜻하지 않은 위기를 맞아 회사 문을 닫아봤다”며 “청년창업 금융지원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2일 부산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는 “사업성 평가절차에 따라 유망 중소기업에 대출해준 은행원에게 사후 부실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은행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준다면 해당 은행을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 심사 때 부실을 우려해 그 회사의 기술력보다는 종업원 수나 매출액만 따지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며 그동안 보증기관과 은행의 ‘보신주의’ 관행으로 답답해했던 많은 중소기업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을 고쳐보려는 대책을 수차례 내놓았다. 하지만 매번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공염불에 그쳤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 기술력을 가진 많은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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