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中企도… 신생기업도… 자금지원 볼멘소리… 현장 나선 김석동 “이것 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이 21일 전북 완주군 전주과학산업단지에 있는 풍력발전기 프로펠러 제조업체 KM에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이 21일 전북 완주군 전주과학산업단지에 있는 풍력발전기 프로펠러 제조업체 KM에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할 말이 있습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자들과 광주지역 중소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광주 평동산업단지 내 한 중소업체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환경 혁신을 위한 현장 간담회’장. ‘바쁘신데 참석해주셔서 고맙다’라거나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례적인 대화가 오갈 무렵 김석기 동일철강 대표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광주 평동 산업단지에서만 17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보증기관이 기존 보증규모를 20%나 줄이려고 해서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기업은 한번 움츠렸다 뛰는 토끼처럼 커 가는데 중요할 때 보증을 줄이면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 오래된 중소기업 “지원 계속돼야”

이 말을 듣던 김 위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정책은 오랜 기간 고액보증을 받는 중소기업을 지원체계에서 배제하는 대신 유망 창업자와 중소기업에 돈줄의 물꼬를 트는 것이 핵심. 그런데 장기 고액보증을 받던 중소기업들이 ‘보증감축정책이 기업의 숨통을 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광통신업체인 우리로광통신의 김국웅 대표도 “중소기업 예산을 더 늘리고 대출금리도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성장한 다음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경우에는 대규모 자금을 취급하는 정책금융공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기득권을 누려온 기업들의 반발을 감안해 ‘작전상 후퇴’를 한 셈이다.

○ 신생기업 “정책자금 체계 바꿔야”

반면 갓 창업한 신생기업들은 현행 정책자금 지원체계를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기업 현장투어 이틀째인 22일 부산 강서구 지산동 테크노파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창업 3년째인 이모 대표는 “일부 업종에서 정책자금을 빌리기 위해 영업권을 매매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렇게 불법으로 새는 지원금을 창업기업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금융위와 신보 관계자들은 “소문으로만 돌던 이야기가 이 대표의 제보로 사실일 개연성이 높아졌으므로 철저히 검증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생기업들은 기술력이 아니라 종업원 수나 매출액 같은 외형만을 요구하는 관행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감압밸브를 생산하는 울트라밸브의 김병문 대표는 “보증업무 실무자들이 직원 수와 매출액을 보증기준으로 삼아, 기술은 있지만 사실상 1인 기업인 나 같은 경우는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오래된 기업과 신생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현상에 대해 “미처 예상 못한 일이다, ‘사령관은 야전에 가지 말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다”고 털어놨다. 부처 수장(首長)이 큰 그림을 그리려면 어느 정도 희생이 있기 마련인데, 현장의 목소리를 모두 반영하려다 보면 정책이 갈팡질팡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책수립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 애쓰겠지만 장기고액보증 기업의 보증을 줄여 유망 기업에 지원하는 틀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완주·광주·부산=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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