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브루턴 전 아일랜드 총리는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의 고삐
를 죄더라도 오히려 순기능이 더 많다”며 “아일랜드 역시 긴축정책 속에서도 경제성장
을 이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그리스와 달리 이탈리아나 아일랜드 등은 대외 교역 능력을 갖추고 있어 유럽 재정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1994∼1997년 아일랜드를 이끌었던 존 브루턴 전 총리는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의 개원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촉발된 재정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지만 국제 공조를 통해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브루턴 전 총리는 “그리스는 소규모 수출경제인데도 높은 수준의 삶을 유지하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부채가 쌓여 문제가 됐다”며 “이탈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3개국은 민간시장의 주택가격 거품이 정부에 부담을 줘 부채가 많지만 지출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일랜드는 수출 확대와 펀드 서비스 산업의 강점을 살려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턴 전 총리는 현재 유럽 국가들이 위기 해결을 위해 ‘긴축’의 고삐를 죄면서 유럽 경제가 더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긴축정책의 순기능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써왔으니 그리스는 긴축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며 “아일랜드는 긴축정책을 구사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과거 아일랜드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유로존의 잉여자산을 싸게 빌릴 수 있게 되자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었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졌고 세금 징수액이 줄면서 재정에 타격을 입었다. 결국 2010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수모를 겪었다. 임금과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속에서도 긴축정책을 지속함으로써 외국 기업들이 기업활동 하기 좋은 국가로 탈바꿈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일랜드는 1973년 EU 가입 때 국민 소비 지출이 EU 평균의 60% 수준에 불과했지만 개방된 시장에서 많은 이득을 얻어 지금은 EU 평균에 도달했다”며 시장 개방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브루턴 전 총리는 이번 유럽 재정위기 대응과 관련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를 못했다”며 “물론 최선책은 유럽 경제의 개혁을 통해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것이지만 발권력이 있었더라면 유럽 국가들이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ECB의 기능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한편 브루턴 전 총리는 기본적으로 이번 위기의 진원지는 유럽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파생금융상품이 유럽 은행들의 부실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개발된 위험한 파생상품들이 유럽에서 많이 판매됐고, 유럽도 은행을 과도하게 키운 잘못이 있다”며 “은행들이 국민에게 과도한 신용대출을 해주면서 민간 부문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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