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독일 등 글로벌 3대 경제권에서 동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한국경제를 옥죄고 있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에서 3대 경제권이 함께 비틀거리면 글로벌 경기침체의 소나기를 피할 수 없게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는 중국 등 아시아권 경기 활력에 의지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빨리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경제마저 낙관하기 힘들어 우리로서는 대외환경이 더욱 악화된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과실을 따기도 전에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선진국 충격 고스란히 한국으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증대된 가운데 유럽에서 가장 안정적이라는 독일에까지 경고등이 켜졌다. 벨기에가 프랑스에 덱시아 구제금융 관련 재협상을 요구한 가운데 23일(현지 시간) 독일 10년물 국채 매각은 사상 최악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유로존 제조업 경기 침체도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미국에서 발표된 제조업, 소비, 고용지표도 모두 부진해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성장의 버팀목인 중국마저 11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0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대 경제권이 흔들리면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고 시장 불안감에 금융시장 역시 요동쳐 충격이 고스란히 한국으로 이어진다. 24일 뉴욕타임스는 “선진국의 위기에도 잘 버티던 아시아의 능력이 약해지고 있다”며 “유럽 상황이 악화되고 미국 경제성장이 위축되면 아시아로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의 대외 동조화도 점차 심해지고 있다. 대외 환경이 어려워지면 한국경제도 그만큼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부문에서 한국과 미국의 상관계수는 1980년대 0.51에서 1990년대에 ―0.35로 떨어졌다가 2000년대에는 0.76으로 급상승했다. 한국과 독일의 상관계수도 1980년대 0.20에서 2000년대 들어 0.71로 상승했다.
금융위기 후 한국과 중국 경제의 상관관계도 크게 높아졌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산업생산 증가율, 주가지수 등 실물·금융지표 상관관계가 금융위기 발생시점인 2008년을 기점으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성장동력으로 삼은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중국 경제가 심각한 불황을 겪을 경우 우리 경제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수출도 먹구름
유로권 재정위기가 파국으로 치닫거나 심각한 금융 불안을 유발하면 세계경기가 급락하면서 수출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대(對)EU 수출이 6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대미 수출도 7월 이후 한 자릿수로 둔화되는 등 선진국 경기둔화의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24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2012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 10대 주력산업(자동차, 조선,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섬유, 가전,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해 증가세가 6.5%로 대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 수출뿐만 아니라 신흥국을 통한 우회수출도 점차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안정으로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의 수출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세계경제 성장률 1% 감소 시 우리나라의 세계로의 수출은 1차 연도에 3% 감소하고, 미국과 EU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1% 감소 시에는 대미 수출은 2%, 대EU 수출은 4% 내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선진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경우 대미, 대EU 직간접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 중 특히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컴퓨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대선진권 직접수출 비중이 높지 않으나, 중국 등을 통한 우회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영향이 비교적 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자동차는 신흥시장의 수요 호조와 국내업체의 중소형차 특화 구조 등으로, 석유화학은 대미·대EU 시장보다는 중국시장의 영향을 주로 받는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의 경우 단기 수출에의 영향은 작으나 수주 감소가 불가피하고, EU 수출비중이 높아 부진이 장기화될 때에는 수출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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