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시장은 지금 한 치 앞도 모를 오리무중의 상황 속에 빠져들고 있다. 유럽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고 내년에 또 다른 위험으로 전이될 게 분명하다. 갈수록 태산이지만 그래도 그 사이에 주가 등 가격변수들은 어느 정도 최악의 상황을 반영해 내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이들 위험자산의 값은 싸질수록 언젠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간 금융시장의 패턴으로 본 향후 가격변수들의 예상 움직임과 대응 방안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위기의 패러독스, 즉 위기감이 극에 달해야 비로소 위기가 해결된다는 정설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가격은 늘 사람들의 상식을 벗어난다. 70엔을 위협하는 엔-달러 환율이나 온스(31.1g)당 1700달러의 금값, 경기가 나쁘다면서도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는 유가 모두 당초 예상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국면의 반전은 정부정책이 아니라 늘 가격의 비이성적 수준으로부터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이미 한계 상황을 벗어났다. 같은 위기국의 하나인 미국의 금리는 상식 밖의 초강세인데 말이다. 모든 변수가 비상식적인 수준을 테스트했다는 것은 크든 작든 반전의 시기가 가까이 왔음을 뜻하는 사실이다.
둘째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간에 자본 이동과 선호도의 변화는 밋밋하게 진행되는 법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을 지금 안전자산으로 몰고 가는 요인, 즉 유럽발 금융위기는 머지않아 극점을 찍을 것이다. 그때 위험자산으로 분류된 저평가 소외자산들의 가격은 치솟고 안전자산의 값은 이유에 관계없이 폭락할 것이다. 위험자산에서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이번 위기의 절정 국면까지 좀 더 버티거나 적절한 손절매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아니면 적어도 새롭게 투입할 종잣돈을 마련해 위기의 절정에서 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일 궁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현금보유 관리전략이 중요하다.
셋째는 금융 위험끼리 서로 뒤엉켜 위험이 증폭되고 또 다른 위험으로 번지는 전염 현상이 점점 더 일반화될 것이란 점이다. 즉 위험인자들의 결합, 진화, 파생 현상이다. 남유럽 재정 위기는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재정 취약국들의 금융 외환위기로 불똥이 튀고 유럽 공공부문의 부채 문제는 먼 대륙의 은행이나 민간기업, 정치 사회적인 위험 등 또 다른 얼굴의 위기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번식 현상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나. 아무리 노력해도 이들 위험을 완벽하게 피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위험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고 위험·수익 프로파일에 따라 합리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조정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위험을 다스릴 수 없다면 그것을 역이용해야 한다. 위험이 비상식적으로 증폭되었을 때 그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가장 단순하면서 승률을 높이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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