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을 미적대는 정부에 단단히 뿔이 났다. 실업률 보조지표를 만들라는 국회의 주문을 정부가 무시했다며 급기야 예산을 삭감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통계청이 ‘통계품질진단 및 개선사업’을 위해 요구한 예산안 17억9300억 원 중 3억700만 원(17.1%)을 삭감했다. 통계품질진단 및 개선사업은 840여 종의 정부 인증 통계가 표본은 잘 만들어졌는지,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검사해 통계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사업이다.
국회는 2년 전부터 터무니없이 낮게 발표되는 실업률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2009회계연도 결산 때 기재위는 “실질적 실업자를 반영한 다양한 실업지표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할 것”을 요청한 데 이어 2010년 국정감사, 2010회계연도 결산, 올해 국감 때도 실업률 보조지표 개발을 주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통계청의 실업률 지표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 기재위는 내년도 통계청 예산 예비심사보고서에서 “현재의 실업률 통계는 체감실업률을 반영하지 못해 유명무실한데도 통계청은 실업지표를 보완할 어떤 연구도 수행한 적이 없다”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했다.
통계청과 재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확장된 실업률지표 지침을 발표하는 2013년에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기재위는 “ILO는 오히려 보완지표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기재위는 국회의 반복된 지적을 정부가 무시하는 것이 통계품질 진단 및 개선사업을 부실하게 수행하는 증거라며 “사업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업 예산은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업률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예산 삭감’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오자 정부도 다급해졌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최근 “실업률에 대한 국민 불만을 받아들여 취업애로계층 통계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까지 관련 통계를 만들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이 없었다. 실업률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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