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시스 최신원 회장 “내가 주식 나눠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SK텔레시스 직원에게 e메일
“구조조정 없다… 모두가 주인”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두려움 그 자체뿐입니다.”

SKC·SK텔레시스의 최신원 회장(사진)이 28일 SK텔레시스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 인용한 전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명언’이다. 최 회장은 17일 자신이 보유한 SK텔레시스 주식의 11%에 달하는 120만 주를 직원들에게 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별다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사주를 지급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재계 총수가 개인 소유 주식을 직접 나눠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 회장은 e메일을 통해 주식을 나눠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임직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며 우리 모두가 회사 주인임을 상기시켜 드리기 위해, 더 큰 믿음을 드리기 위해 제 소유의 주식을 나누어 드리기로 했다”고 썼다.

SK텔레시스는 2009년 11월 SK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년여 만에 사업을 접었다. 스마트폰이 2년도 채 안 돼 2000만 대 이상 보급될 만큼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기능을 갖춘 일반 휴대전화(피처폰) ‘W시리즈’로 승부를 걸었고 결국 실패했다. 휴대전화 관련 인력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이번에 주식을 나눠준 데는 이처럼 사업 실패와 구조조정을 겪은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 최 회장은 “이제 SK텔레시스 조직은 기존처럼 콤팩트하고 튼튼하게, 하지만 유연하게 나아갈 것”이라며 “단말기 사업을 정리하며 일부 가족을 잃을 수밖에 없었지만 더 이상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주식 증여로 SK텔레시스 직원들은 직급에 따라 3000∼1만5000주를 받게 된다. 비상장기업인 SK텔레시스의 주식은 장외거래에서 주당 평균 2000∼3000원에 거래된다. 직원 1인당 주식의 가치는 600만∼4500만 원이 되는 셈이다. 다만 앞으로 3년 동안은 팔 수 없고, 중간에 회사를 그만두면 주식을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다.

최 회장은 “3년 후 즈음에는 회사가 더욱 성장하고 주식이 크게 올라 나눠 준 주식이 직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 회장의 e메일을 받은 직원들 사이에선 자신을 믿고 따라주길 바라는 진솔한 마음이 담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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