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 강등 악재에도 코스피 상승…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수차례 예고된 내용… 맷집 키워
美 연말 쇼핑특수 호재도 한몫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29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도 유럽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에 신용등급 강등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예고된 악재에 둔감해진 듯 이날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와 신용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하지만 경제의 잠재생산 측면에서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특히 최근 의회가 단기적 적자감축안의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근본적인 개혁이 지연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며 전망 하향의 배경을 밝혔다.

피치는 이번 전망 하향은 향후 2년 내에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50%를 조금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정치적 실패와 성장 둔화가 계속되면 등급이 하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은 최고등급인 AAA다. 이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했고, 무디스는 최고 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전망은 ‘부정적’으로 낮췄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유럽 15개국 8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29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무디스는 “정부가 은행권에 대한 신용 지원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28일 무디스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단기간에 시장 여건을 안정시킬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없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모두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등급 하향 공포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1.24포인트(2.27%) 급등한 1,856.52로 장을 마치며 이틀째 상승했다. 대외 불확실성에 민감한 외국인투자가들의 탈출이 우려됐지만 오히려 이날 9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378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S&P와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하며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상태였고 피치가 마지막으로 따라간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유럽 재무장관회의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의 연말 쇼핑특수라는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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