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이사회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받아들였다. 당초 요구대로 10%의 인상안은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최소한의 인상안을 얻어내면서 정부와 ‘타협’을 한 것이다.
한전 이사회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부가 다음 달 초 인상하기로 한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의결했다. 이날 결정된 인상안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부 관계자는 “산업용과 교육용(학교) 등을 중심으로 평균 4.5% 수준에서 다음 달 5일부터 올리기로 했다”며 “청와대에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농사용과 주택용(가정)은 농민들의 반발과 물가 상승의 우려로 이번 인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9일자 A2면 산업용 고압전기료만 12월부터 4.5%…
8월 1일(평균 4.9% 인상) 이후 넉 달 만에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리는 것은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데다 내년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9월 15일 순환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겨울철 전력난에 대비해 최소한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때마침 한전의 손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을 우려한 한전 이사회가 평균 13.2%의 인상을 요구한 점도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정부로서는 이사회의 요구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인상률을 결정하면서 요금 인상을 최소화했다는 명분을 얻었다. 한전 이사회 역시 요구한 인상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주주들의 집단소송에 대해 최소한의 ‘방어논리’를 갖게 됐다.
정부는 이날 겨울철 전력 대책의 일환으로 한전의 전기요금 약관도 바꿨다. 순간전력 기준으로 100kW 이상을 쓰는 사용자의 기본요금을 정하는 기준 시점을 기존의 여름철(7∼9월)뿐 아니라 겨울철(12∼2월)까지 확대시켰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최대수요전력에 기본요금 단가를 곱해서 산출)과 사용량요금을 합산해 계산된다.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최대수요전력은 지금까지 여름철과 사용 당월 중 가장 큰 사용량을 기준으로 반영했다. 하지만 이번 변경으로 겨울철 최대전력 사용량까지 포함해 기본요금을 산정하기로 했다. 최근 전력 사용이 겨울철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변경은 주택용이나 농업용 등의 전기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사실상 영향이 없다”며 “다만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 및 일반건물, 학교 등이 겨울철에도 전기를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김정관 지식경제부 2차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전력산업의 민영화가 추진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현 정부에서 민영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제하면서 “전력산업 민영화와 관련된 어떤 결정도 한미 FTA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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