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며 증권사들이 잇달아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치를 접한 투자자들은 명쾌함보다는 혼란스러움이 더 커지는 듯하다. 각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예상범위 폭이 아주 넓기 때문이다. 증권사에 따라 상단과 하단의 폭이 최대 800포인트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8월 시작된 선진국 금융위기로 인해 시장 예측이 크게 틀어진 증권사들이 ‘몸 사리기’식 전망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만큼 증시 변동성이 증폭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조차 좀처럼 짐작하기 어려운 내년 주식시장, 투자전략의 방향을 알아본다.
○ 코스피 예상치 800포인트까지 벌어져
3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등락구간을 예측한 국내 17개 증권사의 평균치는 1,818∼2,387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치는 1,644∼2,231로 전망 평균치와 아래로는 174포인트, 위로는 156포인트 차이가 났다. 8월 폭락장 이후 전문가들의 증시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서 올해 증권사들이 내놓은 내년 코스피 예상범위 역시 어느 때보다 넓은 편이다. 코스피 상단을 2,500까지 잡은 증권사가 있는 반면 많은 증권사가 하단을 1,700 선 전후까지 잡고 있어 상하단의 격차가 크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기업이익 하향 조정이 나타나고 있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긍정적이기 때문에 상단을 높게 잡았다”면서도 “하지만 내년 역시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하단 역시 최악의 경우를 감안해 잡았다”고 설명했다.
유럽 문제를 비롯해 미국,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처럼 예측하기 힘든 글로벌 이슈가 많아 지수 예상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시인하는 증권사도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2012년 증시전망에서는 예측 오차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주가는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의 함수인데 기업이익 전망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져 있고 밸류에이션 변동 폭도 클 수 있다”고 말했다.
○ 같은 변수가 악재이면서 호재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증시가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한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부양 의지, 중국 긴축 완화, 각국의 선거가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이슈의 추이를 잘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 재정위기는 가장 큰 위험변수인 반면 중국 긴축 완화와 선거 이슈는 기회 요인에 해당한다.
미국 변수는 경기 둔화와 부양 의지의 강도 중 어느 쪽이 큰가에 따라 위험요인도 될 수 있고 기회요인도 될 수 있다.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일이 내년 2, 4월에 집중돼 당분간 불안한 흐름이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1, 2분기에 변곡점을 지난다면 하반기에 상승장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반기에 있는 각국의 정치·정책 모멘텀도 호재다.
내년처럼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지수 변화를 이용한 투자전략도 효과적이다. 오재열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2년은 변동성을 역이용한 파도타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지수 변화를 이용해 ‘저점매수-고점매도’를 반복하는 전략이다. 변동성이 클수록 증시 변화에 연연하기보다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도 유용하다. 교보증권은 “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찾기 어려울 때 투자자는 증시 본질, 즉 기업이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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