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동통신사도 제조업체에 캐리어IQ 소프트웨어 설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사용자의 사생활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소프트웨어가 국내에서도 사용됐는지, 사용됐다면 누가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가 관건이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업체들이 해외 특정 통신사의 요구에 따라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시인하면서 한국 휴대전화 산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캐리어IQ 측은 공식 해명자료에서 “어떤 사용자 개인정보도 무단으로 수집하지 않았다”며 “사용자를 확인하기 위해 쓰이는 숫자나 문자, 문자메시지나 전화의 발신 성공 여부를 알기 위한 정보 및 발신 위치 등을 파악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를 수집했으나 개인을 파악하려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일부 데이터만 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프트웨어는 소비자가 그 존재를 모르는 데다 쉽게 지울 수도 없으며 휴대전화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갖고 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 ‘감시도구’로 바뀔 위험성이 있었던 셈이다.
일단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캐리어IQ와의 관계를 부정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는 “외국에서 일어난 사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삼성전자도 “미국 일부 통신사의 요구에 따라 캐리어IQ를 스마트폰에 설치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선 설치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통신사의 설치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절했다.
외신과 국내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된 휴대전화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을 비롯해 미국의 애플, 모토로라, 대만의 HTC 등이다. 하지만 이 회사 제품이라고 해서 캐리어IQ가 100% 설치된 건 아니다. 제조사는 통신사의 요청이 있을 때만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소프트웨어의 설치 여부는 통신사가 확인해줘야 알 수 있다. 일단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통신사는 캐리어IQ와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마운틴뷰에 본사가 있는 캐리어IQ는 영국 런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도 지사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영업을 담당한다.
캐리어IQ 사용을 시인한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당장 해외시장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경쟁업체인 애플과 HTC, 모토로라 등이 모두 캐리어IQ 사용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사용 사실을 부인한 핀란드 노키아와 캐나다 RIM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업체다.
이날 국내 정보보안 전문가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버그트럭(bugtruck)’에서도 캐리어IQ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국내의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캐리어IQ는 운영체제(OS) 내부에 상당히 깊숙이 숨겨진 소프트웨어”라며 “국내에 나온 스마트폰에 쓰였는지 검증하고 있는데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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