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월 만에 최저치 8.6%… “구직자 줄어서 발생한 착시”
소비 증가도 낙관 아직 일러
미국의 실업률이 ‘마의 9%대’ 아래로 떨어져 32개월 만에 최저치인 8.6%를 기록했다는 노동부의 발표가 있었던 2일. 백악관으로서는 크게 환호할 만한 뉴스였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논평은 예상과 달랐다. 그는 “민간부문의 일자리가 14만 개 새로 생겨났고 실업률이 떨어졌다”고 짤막하게 사실만을 언급했다. 뉴욕 증시도 보합세를 유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더블딥(경기 상승 후 다시 침체)을 우려하던 미 경제지표가 소비와 고용 부문에서 잇단 훈풍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신중한 목소리가 더 높다. 4일 미 공영방송인 NPR 등 주요 매체는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너무 이른 시기다. 일시적 호조인지 추세적 변화인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보도했다.
실업률 하락의 경우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 자체가 줄어서 발생한 착시(錯視)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률은 구직 희망자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로 산출한다. 하지만 11월 31만5000명이 구직을 아예 포기하면서 노동시장 참가율은 64.24%에서 64.0%로 낮아졌다. 분모가 줄어든 것이다. 실업률은 2, 3월에도 각각 8.9%와 8.8%까지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4월부터 다시 9%대에 진입했다.
워드 매카시 제프리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미 고용시장의 85%가 서비스업에 의존하고 있어 빠른 고용 회복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지표는 고용시장보다 상황이 더 낫다.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25일)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11월 자동차 판매량도 2년 만에 최고치인 1360만 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휘발유 가격의 안정세도 영향을 미쳤지만 소비자들의 자신감 회복도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간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신뢰지수도 전월보다 크게 상승했고 향후 경기 상황에 대한 기대지수도 많이 올랐다. 하지만 이런 소비심리 호조가 할인행사를 하는 쇼핑시즌에 미리 당겨서 소비를 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시 미 경제 회복의 가장 큰 변수는 유로존 위기의 해결이다. 앞으로 미 경제의 회복은 내부적인 요인보다 해외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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