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양재 나들목을 지나 만남의 광장 인근. 도로 양쪽에 대형 옥외 광고판이 눈에 띕니다.
왼쪽은 LG전자의 ‘시네마 3D’ 광고판. 시네마 3D 안경 하나로 3D TV, 3D 모니터, 3D 노트북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대쪽에는 TV처럼 생긴 광고판에 ‘삼성 스마트TV’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삼성의 광고판은 LG전자의 연구개발(R&D) 핵심기지인 ‘서초R&D캠퍼스’와 같은 방향에 있고 LG 광고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쪽에 있습니다.
우연이겠지만 TV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두 회사가 ‘너희 시장을 우리가 먹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2006년부터 글로벌 TV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3차원(3D) TV 시장도 주도하면서 1위를 지켜왔습니다. 후발 주자인 LG전자는 편광필름패턴(FPR) 방식이라는 기술을 들고 나와 셔터글라스(SG) 방식의 삼성 3D TV를 집요하게 공격했지요.
LG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합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3D TV 시장에서는 2분기(4∼6월) 이후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지키고 있다”며 “해외시장에서도 선발 주자인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3D로 한판 붙자’ 캠페인을 주도한 LG의 임원은 최근 초고속 승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LG전자의 도전장에 비교시연을 여는 등 정면 대응했지만 요새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LG가 자꾸 시비 붙는 3D 대신 ‘스마트 TV’로 마케팅 포인트도 바꾸었지요.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3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 들어 점유율 33.3%로 여전히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1분기 8.2%에 불과하던 LG의 점유율도 3분기에는 14.5%까지 올라와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40여 년간 꾸준히 경쟁하며 한국의 전자산업을 이끌어 왔습니다. 최근 수년간은 삼성전자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라이벌’이란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LG전자도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지요. 앞으로도 두 회사의 건전한 경쟁과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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