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신흥시장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세계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원동력의 상징이었던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마저 성장엔진의 시동이 꺼지는 조짐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도 내년에 사실상 불황에 가까운 낮은 경제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 신흥시장 성장엔진 꺼지나
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라질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04% 줄어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1% 증가하는 데 그쳐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2%로 낮췄다. 지난해 성장률 7.5%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3분기 소비증가율도 ―0.1%를 보여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소비 침체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 경제가 비틀거리는 것은 세계경제가 악화되고 헤알화 강세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브라질산 광물의 최대 수요지인 유럽 및 미국의 위기로 수요가 급감했다. 해외수요 감소와 수출경쟁력 약화는 일자리 감소로 연결돼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편 것도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FT는 “브라질의 (전 분기 대비) 제로 성장은 선진국 경기 둔화로 영향 받는 신흥국의 취약성을 잘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성장 둔화의 적신호는 중국과 인도 등 나머지 브릭스 국가에서도 감지된다. 중국도 3분기 경제성장률이 9.1%로 3개 분기 연속 성장률이 둔화했다. 최근에는 제조업경기가 위축 국면에 들었고 주요 수출지역인 유럽이 재정위기를 맞아 수출까지 흔들리면서 내년에는 무역수지 적자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주요 전문기관들은 중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8%대로 잇달아 낮추고 있다.
인도 경제도 둔화되고 있다. 3분기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6.9%를 보여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였다. 물가상승률을 완화하기 위한 공격적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좀처럼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외 상황이 악화하면서 해외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올해 달러 대비 14% 하락해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 내년 유럽은 사실상 불황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은 더욱 암담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7일 발표한 ‘2012년 주요국 경제전망 및 정책이슈’에서 내년에 유로지역 주요 회원국들이 1% 미만, 유럽연합(EU)과 유로존은 0.5% 내외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KIEP는 “사실상 불황에 가까운 저성장”이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유럽 국가들의 강도 높은 재정긴축과 높은 실업률, 금융시장 불안은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수출수요도 세계경기 둔화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전염되고 있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탈리아 위기가 다시 프랑스로 파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최근 EU가 재정통합 논의에 나서면서 위기가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리스로 대표되는 위기국가들의 동향이 내년 유럽 경제회복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의 회복이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신용등급 강등의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6일(현지 시간)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따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