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추가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정유사들 역시 우리 정부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일부 중단하고 다른 나라에서 석유를 사오는 방안을 택한다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으로 수입처를 급히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9.6%(77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물량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에 이어 4위다.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이 물량을 모두 다른 수입처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란산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국가에서 수입하는 원유보다 배럴당 2∼4달러 싸기 때문에 경제성도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 중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곳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 두 곳이다. 원유 수입의 20%가량을 이란에 의존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정부의 움직임이 현실화한다면 당장 국제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은 하루 평균 230만∼24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 만큼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여파는 국내 정유사에도 고스란히 미칠 수밖에 없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원유 수입처도 추가로 확보해야 하고 국제 원유가격 상승에도 대처해야 하는 만큼 현재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중”이라며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영업정지 당시에도 원유 대금 결제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이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SK에너지 역시 현재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SK에너지 측은 “추가 제재 방향이 원유는 제외하거나 일부 물량만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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