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값 OB난 오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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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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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인상 발표 3일 만에 국세청서 연기요청하자 “없던 일”

맥주 가격을 올리겠다던 오비맥주가 3일 만에 인상 연기를 발표했다.

오비맥주는 11일 ‘카스’와 ‘OB골든라거’ ‘카프리’를 비롯해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 맥주 5종의 출고가격을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비맥주는 8일 카스 병맥주 500mL 제품의 출고가격을 1021.80원에서 1098.22원으로 76.42원 올리는 등 11일부터 맥주 가격을 평균 7.48%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비맥주 측은 “맥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부재료 값이 오르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을 고려해 출고가격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연말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국세청 관계자 만난 뒤 전격 보류


오비맥주는 올해 초부터 맥주 가격을 올리기 위해 국세청 실무진과 협의해 왔다. 주류 제품은 값을 올릴 때 국세청과 협의를 거친 뒤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비맥주는 실무진 협의를 거쳐 맥주 출고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한 뒤 8일 이를 공식 발표했다.

발표 이틀 뒤인 10일 오전 국세청 측에서 오비맥주에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 이날 정오경 이영상 부사장 등 오비맥주 경영진은 서울 중구 태평로의 한 호텔 중식당에서 김문수 국세청 차장 등 국세청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다. 2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회동에서 국세청 측은 연말에 소비자와 밀접한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수 있다며 인상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토요일이었지만 오비맥주는 이날 오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했다. 오후 3시부터 5시간 동안 3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결국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언론에 가격 인상이 보도된 가운데 다시 보류 결정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연말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맥주 제조 면허를 내주는 국세청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 원자재 값 인상에 속은 타들어가


가격 인상을 보류하기는 했지만 오비맥주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 값은 계속 오르는데 제품 출고가는 2009년 10월 이후 2년 넘게 묶여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맥주의 주 원료인 수입 맥아와 보리의 국제 시세는 올해 8월 현재 kg당 803원과 455원으로 2009년 평균 가격보다 각각 58.8%, 103.8% 급등했다. 맥주 캔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알루미늄 값도 2009년 kg당 평균 2225원에서 올해 8월에는 2777원으로 뛰었다. 3월에는 운송차주들이 운임 인상을 요구하며 운송거부 시위까지 벌이는 등 제품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은 나날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출고 가격 인상 발표를 뒤집은 게 오비맥주가 처음은 아니다. 롯데칠성음료도 지난달 18일 제품 출고 가격을 올렸지만 이달 6일 원래 가격으로 되돌렸다. 롯데칠성음료는 탄산과 과즙, 커피 음료 등 25가지 제품의 출고가격을 최고 9%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한 뒤 지난달 28일 이 가운데 5개 품목의 가격을 원래 가격으로 되돌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값은 찔끔 내리고 생색은 크게 냈다”며 ‘꼼수’라고 비판하자 25개 제품 전체의 출고가를 원래대로 돌렸다.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는 가격 인상을 발표해놓고 철회한 사례지만 식품 업계에선 정부와 소비자 눈치를 보느라 제품 값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업체가 많다.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제품 가격은 아예 못 올리거나 올리더라도 원자재 가격 인상폭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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